이익 늘어도 기업에 현금 들어와야 성장성 신뢰 가능
2분기 연속 순이익·FCF 개선 업종···IT하드웨어 분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달러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달러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외 경기가 점점 둔화되면서 상장사의 실적 외에도 현금흐름 개선이 주가 상승에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들의 이익 둔화가 장기화 되고 있는 시점에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업이 투자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기와 글로벌 경기가 나빠지면서 실적이 하락한 가운데 현금흐름도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또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상승하더라도 현금흐름과 연동되지 않고 회사에 실질적인 현금 유입을 유발하지 않는 현상도 빈번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대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은 43조7000억원(4개분기 누적)으로 전분기 대비 7조5000억원 감소했다. 2018년 1분기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잉여현금흐름은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의 순수한 현금력을 말한다. 영업이익 등을 통해 쌓인 영업 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 R&D 투자 등의 자본 지출(유·무형투자 비용)을 차감해 얻는 숫자다. 이 수치가 오르면 기업 투자와 채무 상환, 배당 재원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줄면 자금 부족으로 회사가 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기업들의 이익 둔화가 장기화 되고 이익 증가를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금흐름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증권업계는 기업의 영업환경이 나빠진 만큼 영업이익과 함께 현금흐름 개선 여부를 확인해야 기업 성장성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이 2013~2015년 흑자를 내는 가운데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불일치 상황을 보이며 현재까지 경영 악화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영업이익만으로는 기업의 이익성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료=미래에셋대우
자료=미래에셋대우

현금흐름이 개선된 기업은 향후 주식 성장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 연구원은 “순이익과 잉여현금흐름이 동시에 개선된 그룹은 연평균 12.7%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단순 순이익 증가 그룹을 연평균 2.6%포인트 상회했다”며 “순이익이 증가했더라도 잉여현금흐름이 둔화된 그룹은 연평균 7.1% 상승하는데 그쳐 단순 순이익 증가 그룹 대비 부진한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두 분기 연속 순이익과 잉여현금흐름이 동시에 개선된 업종은 IT하드웨어, 한 분기 개선 업종은 호텔·레저, 소매(유통) 업종이다. 반면 순이익과 잉여현금흐름이 동시에 둔화된 업종은 화학, 기계, 필수소비재, 건강관리, 소프트웨어 분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3000억원이상 기업 중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개선되며 현금이익 비중이 100%를 넘은 기업은 NHN한국사이버결제(현금이익 비중 284.9%), 삼성엔지니어링(282.1%), 모두투어(236.7%), 제일기획(150.1%), 아프리카TV(142.7%), 화승인더(138.2%), 일진머티리얼즈(137.2%) 등이다. 

특히 대규모 해양플랜트 지연으로 현금흐름이 심하게 나빠졌던 조선업계는 최근 현금흐름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미인도 드릴쉽 재매각이 확정되고 선박 건조량이 늘어나면서 현금흐름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실적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현금흐름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삼성중공업은 선박인도량이 지난해 20척에서 2019년 18척, 2020년 42척으로 늘어나게 되며 선박 건조마진이 점차 개선될 것이다. 이에 현금흐름의 개선을 가져와 주가 상승 탄력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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