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시설, 진행건수 4년여만에 최대치···비중도 전체 경매의 절반 차지
갭투자 유행했던 ‘경기 화성·경남 창원·충남 천안’ 서 물건 집중
“정부 규제·시장 침체 여파 못 견뎌···임차인들 주거불안 커질 듯”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의 규제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갭투자자들이 백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경매시장에 갭투자자들이 소유한 주택물건이 대량으로 쏟아지고 있어서다. 전체 경매물건 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새 20% 가까이 상승했다. 반면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갭투자자 주택에 거주하는 수많은 임차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3일 시사저널e가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의뢰한 ‘최근 5년간 주거시설 경매 현황’에 따르면 주거시설(아파트·빌라·단독주택·오피스텔 등)의 경매 진행건수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달 주거시설 경매 진행건수는 5261건으로 직전월(5026건) 대비 5.1% 증가했다. 이는 2015년 4월(5290건) 이후 4여만에 최대치다. 또 경매 진행건수가 두 달 연속 5000건을 넘긴 경우는 2015년 3~4월 이후 처음이다.

주거시설의 경매 진행건수는 2016년부터 3000건대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잇따른 지난 4월부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올해는 5000건을 넘어섰다. 갭투자의 성지로 불리던 경기는 2225건의 경매가 진행되며 수도권 전체 경매 진행건수(3638건)의 61%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진행된 경기악화의 여파가 서서히 주거시설 경매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적게는 수십채부터 많게는 수백채를 보유하고 있는 갭투자자들이 물건을 한꺼번에 내놓은 영향이 컸다. 강화된 대출 규제와 매매·전세가격 인하 후폭풍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실제 지난 4월 한 갭투자자는 경기와 충청권에 소유하고 있는 주택 300채를 경매에 통째로 넘겨 논란이 된 바 있다. 화성 동탄에서는 한 명의 주인이 60채가 넘는 아파트를 경매에 부치기도 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지방이나 일부 수도권 물건 같은 경우 전세가가 하락하면서, 이를 버티지 못하고 경매시장으로 넘어오는 추세다”며 “특히 최근 몇 년 새 갭투자자들의 인기지역으로 꼽히던 ‘경기 화성·경남 창원·충남 천안’ 세 곳에서 경매물건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매특성상 소유자의 물건이 한꺼번에 나오다보니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체 경매 진행건수 중 주거시설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주거시설 비중은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줄곧 3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8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 40%대로 올라서더니, 지난달에는 47.2%로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는 2006년 12월에 48%를 기록한 이후 13여년만에 최대치다.

이런 가운데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을 뜻하는 낙찰률은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 전체 경매에서 낙찰건수는 3668건으로 전월 대비 5.4% 감소했다. 낙찰률은 32.9%로 떨어졌다. 월별 법원경매 낙찰률이 33%를 밑돈 것은 지난 2013년 10월(32.3%) 이후 6년여만이다. 주거시설은 낙찰률, 낙찰가율, 평균응찰자 수 등 주요 지표가 각각 34.94%, 80.91%, 4.94명으로 모두 전월에 비해 하락했다.

장 팀장은 “낙찰률이 낮은 만큼 갭투자자들이 내놓은 대량의 물건이 해소되려면 시간이 상당부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 유찰된 물건들은 다음달 진행건수에 산정되기 때문에 3~4개월 간 다소 등락은 있겠지만 주택시설 진행건수는 당분간 5000건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유찰이 될수록 주택의 가치는 더욱 떨어지게 된다”며 “이는 보증금에 영향을 줄 수 도 있는 만큼, 갭투자자 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들의 불안감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