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 가까웠던 올해 초와는 상반···기관 수요예측, 청약 경쟁률 수백대 1까지 나와
원금 손실 가능성 낮으면서도 높은 기대수익률이 투자자 관심 끈듯
합병 실패시 기회비용 발생하고 합병 후 주가 하락 리스크도 존재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SPAC)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상장에 나선 스팩의 기관 경쟁률이 최근들어 수백대를 넘어섰고, 일반 공모에서도 청약률이 높아지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일반 주식 대비 낮은 리스크에다 최근 스팩을 통해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기대 수익률이 높아진 점이 투자자들을 매료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가 주관하는 ‘신한스팩5호’는 이달 10~13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은 결과 최종 경쟁률 654.47대 1을 기록했다. 공모 주식수는 80만주로 청약증거금률 100%를 달성했다. 이 스팩은 앞선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520.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같은 스팩 청약 경쟁률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 실제 올해 3월 21일 상장한 ‘유안타제4호스팩’은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4.53대 1이었고 최종 청약 경쟁률은 1.81대 1로 부진했다. 같은 달 27일 상장한 ‘케이비제17호스팩’도 기관 수요예측이 1.95대 1, 최종 청약 경쟁률이 1.49대 1이었다. 4월과 5월 초에 상장된 ‘하이제4호스팩’, ‘한화에스비아이스팩’, ‘엔에이치스팩14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상황은 반전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상장한 ‘유진스팩4호’는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142.28 :1로 세 자리 수 경쟁률을 보였다. 최종 청약 경쟁률은 300.40대 1이었다. 뒤이어 상장한 ‘DB금융스팩7호’도 기관 수요예측 109.84대 1, 최종 청약 경쟁률이 269대 1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달 수요 예측을 진행한 ‘신영스팩5호’와 ‘케이비제18호스팩’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각각 596.8대 1과 466.3대 1이었다.    

스팩에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투자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스팩은 비상장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다. 3년동안 상장을 원하는 기업을 찾지 못하면 은행 예금 금리와 비슷한 약정 이율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상장을 원하는 기업을 찾아 인수할 경우 기업 가치에 따라 주가 상승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열기는 수익성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상장된 스팩과 기업 합병에 성공한 스팩들의 주가 상승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은 상장 이후 6거래일 동안 5차례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14일에는 장중 975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유진스팩4호와 DB금융스팩7호도 상장 직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상 급등 현상을 제외하더라도 스팩의 수익률에 대한 기대는 커진 상황이다. 시스템반도체 업체 지니틱스와 합병하는 ‘대신밸런스제5호스팩’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통과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4월 26일 2500원이었던 이 스팩은 이달 13일 장중 4835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합병 이후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인 사례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2017년 말 ‘케이티비스팩2호’와 합병해 상장한 클래시스는 이달 12일 기준 1만2750원으로 공모가 2000원 대비 6배 넘게 올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일반적으로 합병 전에는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다. 합병이 되지 않더라도 은행 예금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원금이 보존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좋은 기업과 합병이 된다면 주가 상승에 대한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며 “안정적이나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IPO 시장 분위기도 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며 “최근 기업들은 시장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자금 조달 규모가 달라지는 직접적인 상장보다 확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스팩 합병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는 스팩의 합병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스팩 투자자 입장에선 합병 실패 리스크는 낮아지는 반면 기대 수익률이 높아지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스팩 투자 역시 리스크가 내포돼 있다. 우선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다가 합병이 되지 않으면 3년 동안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회사의 시장 평가에 따라 합병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이후 스팩 거래가 재개되면서 주가가 내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SPAC)’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SPAC)’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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