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여론 등에 업고 탄력 받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 이준영 기자(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6.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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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남용‘, ‘국회 공전’ 지켜보며 국민 요구 ‘봇물’···“총선 계기로 구체적 내용·도입 시기 정해야”
이미지=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이미지=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인 내가 나를 대신해 제대로 의정 활동하라며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국회의원,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러한 국민의 명령을 무시하며 마땅히 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이 우습고, 국민이 하찮은 것입니다.

국회의원의 권한은 막강합니다. 어느 누구로부터 견제 받지도 않습니다. 자정능력도,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감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뻔뻔하게도 국민 혈세는 꼬박꼬박 챙깁니다. 오직 국회의원만 예외로 국민이 선출했음에도 국민이 소환할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 스스로 잘나서 금뱃지를 단 게 아니라 국민이 우리의 대표 역할을 하라고 준 자리입니다. 그 권한, 국민이 주었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무능과 잘못에 관해 책임을 물을 권리 또한 국민에게 있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을 통제하고 견제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는 국회의원 스스로 윤리의식과 책임감 등 자정능력을 키우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성숙한 국회가 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중략)

국회의원의 반복되는 잘못을 묵혀두지 않고 뿌리 뽑아야만, 국회의원 스스로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가져야만, 국회도 개혁을 해야만, 대한민국 정치에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더는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의 부끄럽고 썩은 정치를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글이다. 지난 4월 24일에 청원 게시판에 오른 이 글은 한 달 동안 21만344명이 동의했다. 청원 답변 요건을 채워 청와대로부터 답변을 받기도 했다.

국민들이 견제 받지 않는 선출 권력인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요구한 것이다. 권력을 남용하고 세금을 빼가고 정쟁으로 일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권력으로 파면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국민청원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요구했다. 국민소환제는 선거로 뽑힌 대표(대리인) 중 유권자들이 부적격하다고 판단하는 자를 임기 중에 국민투표에 의해 파면시키는 제도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실현시키고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장치다.

국회의원 대상 국민소환제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을 보여주는 자료는 또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3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 5월 3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는 국회의원을 퇴출시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므로 찬성한다’는 답이 77.5%였다. 반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고 정치적 악용의 우려가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15.6%에 그쳤다.

무엇보다 이 조사 결과 모든 정당 지지층, 이념성향, 지역, 연령에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국회의원 스스로 자초했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와 그 이전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민 세금인 국회 예산을 부정하게 썼다.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이 시민단체들의 정보공개청구와 소송으로 밝혀졌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에서 쓰인 소규모 정책연구용역도 연구용역비를 지급했다가 돌려받거나 표절 등 수많은 비리 행위가 있었다. 이에 일부 국회의원들은 문제가 된 용역비를 반납했다.

20대 현역 국회의원 26명이 정책자료 발간 등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중복 제출해 세금 약 16억원을 빼 쓴 것도 드러났다. 또 20대 현역 국회의원들은 국민 세금인 특정업무경비를 증빙 없이 썼다. 특정업무경비 가운데 지출증빙이 없는 지출이 98.7%에 달했다. 현금으로 썼다. 이는 모두 정부 지침 위반이다. 이에 특경비를 누가, 어떻게 쓴 건지, 공적 업무에 쓴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럼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일은 제대로 했을까? 국회의원들은 걸핏하면 정쟁으로 국회를 휴업 상태로 만들었다. 20대 국회의 지난 3일 기준 법안 처리율은 28.9%에 불과하다. 1만4123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계류 중인 법안에는 국민 삶과 직결된 민생법안, 추경안,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 유치원 3법 등도 포함돼있다. 국회는 2019년도 절반이 지난 6월이 된 지금까지 사실상 마비돼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1000만원이 넘는 월급을 꼬박꼬박 받아가고 있다. 국회의원 연봉은 1억5000만원이고 보좌진은 9명에 달한다. 일하지 않고 돈을 벌었다.

국회 파행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회 파행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국민소환제가 없다. 오직 국회의원만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대통령,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모두 소환할 수 있다. 대통령도 2017년 탄핵됐다. 주민소환제의 경우 지난해까지 94건의 주민소환투표가 있었다. 이 중 2건에 대해 소환이 이뤄졌다.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이 3건 발의됐으나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녹색당에 따르면 영국은 2015년 국민소환제를 도입했다. 영국에서 국민소환제가 도입된 계기는 2009년 영국 하원의원들이 국민세금으로 지원되는 예산을 사적인 용도로 부정 사용한 사건이었다.

이에 영국 국민들은 국민소환제 도입을 요구했다. 그 결과 2015년 영국에서는 국민소환법(Recall of MPs Act 2015)이 통과됐다.

다만 한국에서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국민소환제 법안을 통과시킬 지는 미지수다. 헌법 개정을 통해서든 국회 법률안을 통해서든 국회의원 대상 국민소환제가 도입되기 위해선 국민들의 관심과 압박이 중요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의제의 총본산인 영국도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했다. 영국 국민들의 압박에 의해 가능했다”며 “한국은 헌법 개정을 통해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각 정당들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공약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모두 국민의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미 국민 여론은 압도적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시민사회와 학계, 정치권은 구체적으로 국민소환제 내용과 도입 방법을 정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각 당과 정치인들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국민소환제를 언제까지 도입할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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