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측근 진술 이끌어내긴 힘들단 관측이 지배적···그간 ‘파죽지세’ 수사와 달리 결정 진술 확보 쉽지 않을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이 12일 새벽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마친 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이 12일 새벽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마친 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점차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관련 수사가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측근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팀장(사장)으로까지 진행됐다. 다만, 법조계 및 사정기관들에 따르면 정 사장 윗선에 대한 수사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난 11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 혐의로 정 사장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 조사는 17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전 사장은 관련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와 관련, 정 사장의 행보가 특히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그의 윗선은 이제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 수사가 분식회계 의혹을 넘어 이 부회장의 승계 연관성까지 이어지기 위해 결정적인 진술을 확보해야 할 인물이 정 사장이다.

지금까지 검찰의 증거인멸 수사가 윗선으로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는 관련자들의 증언 및 증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바이오 수사 대상이 됐던 직원들 일부가 조사 과정에서 윗선 지시가 있었음을 인정했고, 그 덕분에 검찰은 결정적 증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가 부하직원들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위세에 눌려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한 것도 윗선 수사의 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엔 공식적으로 플리바게닝 제도가 없다. 플리바게닝은 수사과정에서 결정적 증언을 하면 그 대가로 형을 낮출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미국 등 몇몇 국가가 공식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수사를 받다보면 본인 스스로 윗선개입 여부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한 검찰 특수통 관계자는 “플리바게닝이란 것은 국내에선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다만 조사를 하다보면 압박감 등 때문에 스스로 솔직하게 털어놓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정 사장에 대한 수사는 지금까지 비교적 무난하게 윗선으로 올라오던 것과 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우선 정 사장이 이른바 5월 5일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강신업 변호사는 “5월 5일 어린이날 회의서 증거인멸 방침을 정했다고 해도 정 사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몰랐다고 할 수 있다”며 “설사 5일 뒤 열린 이재용 부회장, 정현호 사장과 회의에서 어린이날 회의 관련 보고를 했다고 해도 정 사장이 사후에 들은 것일 뿐이지, 지시를 했다는 결정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이번 검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결같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는 정 사장 지위의 특수성이다. 한 사정기관 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특이한 케이스라 일반적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긴 힘들지만, 그간 조사경험에 비춰보면 오너일가 측근이라는 인물의 증언을 이끌어 내는 것은 일반 직원 조사보다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강신업 변호사는 “설사 일각의 의심대로 이 부회장이 정 사장으로부터 증거인멸 관련 보고를 받았다 한들 정 사장의 혐의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며 “정 사장으로부터 진술을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검찰은 향후 정 사장을 추가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 여부는 그 이후에나 구체적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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