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100조 시장으로 성장···오프라인 매장 예전만큼 힘 못 쓰지만 '수요'는 여전
낮은 가격·체험형 매장으로 소비자에 '구매경험' 제공하며 경쟁력↑

‘10년 업력’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조4227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64%나 증가한 수치다. 이커머스 성장과 반대로 오프라인 매장은 고전하고 있다. 쿠팡 매출이 두 자릿수 오를 때 대형마트는 영업이익 하락의 쓴맛을 봐야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유통업체 매출 증가율만 봐도 온라인은 매달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반면, 대형마트는 마이너스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소비자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의 대결은 온라인 대 오프라인이 되어가고 있다. 올해 초 롯데마트는 대놓고 쿠팡을 저격해 '가격 전쟁'을 선포했다. 2011년도에 5000여개에 달했던 국내 화장품 로드숍들이 H&B(헬스앤뷰티)스토어와 온라인 스토어 확대에 밀려 지난해 4000여개까지 줄어들며,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맞서 온라인 할인 경쟁에 항의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모든 오프라인 매장이 대형마트와 화장품 로드숍처럼 외형 축소를 겪고 있는 것일까. 수십년간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끌었던 롯데와 신세계가 각각 3조원과 1조원을 투자해 이커머스를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으로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곳이 있다. 이들은 전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미국에서 홀푸드를 인수하고 무인 마트인 아마존고를 만드는 데 대규모 자금을 들이는 것처럼 '소비자와 접점'으로서의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를 잘 활용하고 있다. 

◇ 할인점은 안 돼도 창고형 할인점은 된다

'아마존 서바이버(Amazon Survivor)'라는 단어가 있다. 아마존의 영향 아래에서도 사업을 공고히 이어가는 기업들을 일컫는다. 일본의 경제예측기관 노무라종합연구소의 미래유통전문가인 시로타 마코토는 저서 <데스바이아마존(Death By Amazon)>에서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를 발표한 직후, 코스트코 주가가 10퍼센트 이상 떨어졌다"면서도 "그럼에도 코스트코는 회원제, 저마진·고수익이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좋은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고 썼다. 코스트코가 바로 아마존 서바이버라는 것이다. 

/사진=셔터스톡(Shutterstock).
/ 사진=셔터스톡(Shutterstock).

코스트코는 '전자상거래 100조 시장'인 국내서도 서바이버다. 코스트코 양재점은 전세계 코스트코 매장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 국내서 코스트코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내서 총 16개의 매장을 운영중인 코스트코의 그간의 실적을 살펴보면 △2014년 3조2000억원 △2015년 3조5003억원 △2016년 3조8039억원 △2017년 3조9226억원이다. 

할인점과 창고형 할인점을 둘 다 갖고 있는 이마트를 보면 차이가 확실히 보인다. 가장 최근 발표한 이마트 IR 자료에 따르면, 이마트 할인점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1% 오른 2조8385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 매출은 전년 대비 20.2% 오른 5513억원이다. 이마트 할인점이 142곳이고 트레이더스가 16곳임을 생각해볼 때 단순 계산으로 점포당 매출도 트레이더스가 훨씬 높다. 영업이익도 할인점이 전년 대비 29.5% 줄어든 1143억원에 그쳤을 때 트레이더스는 전년 대비 4.7% 오른 135억원을 기록했다. 

창고형 할인점은 물건을 대용량으로 판매한다. 제품을 벌크로 들여옴으로써 가격을 낮춘다. 트레이더스의 경우 일반 할인점보다 제품 판매가가 10~15%정도 저렴하다. 마진율도 낮다. 코스트코의 마진율은 일반 대형마트(20%대)보다 낮은 15%로 알려졌다. 

많은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게 소비자에게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제 가격 경쟁력은 더이상 코스트코만의 것이 아니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경쟁사 가격을 바탕으로 수시로 최저가를 갱신한다. 코스트코 자체브랜드인 커클랜을 코스트코에서만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커클랜드는 쿠팡에도 팔고, 지마켓에서도 판다. 대규모 창고형 매장인만큼 도심에서 조금 멀리 있는 탓에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처럼 접근성이 좋지도 않다.

이런 상황에서 창고형 할인점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로드쇼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에 있다. 로드쇼란 말 그대로 대형마트 내 제품을 진열해 놓고 소비자가 이를 직접 만지고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행사다. 비비고의 해외 진출을 공략하는 CJ제일제당이 일본 코스트코에서 로드쇼를 진행하는 것도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지점을 만들기 위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온라인이나 일반 대형마트에는 없는 이벤트들을 기획한다. 로드쇼를 통해 요트나 F1레이싱카를 팔기도 했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집객 효과는 있다"면서 "또 얼리인 얼리아웃(Early-In Early-Out·계절 상품을 수개월 앞서 판매하는 것)도 도입했고, 할인점과의 상품 중복률도 오픈 초 50%대에서 현재 한 자릿수로 줄이는 등 창고형 매장만의 특징을 키우려고 한 것이 주효했다. 이처럼 아직 오프라인 쇼핑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 '초저가 경쟁'서 온라인에 밀리지 않는 다이소

다이소는 1000원, 2000원을 팔아 연매출 2조원을 만들어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 매출은 8900억원을 기록한 2014년에 이어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선 2015년(1조493억원) 이후 △2016년 1조3055억원 △2017년 1조6457억원 △2018년 1조978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기세대로라면 올해 매출은 2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내 한 다이소 매장에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다이소 매장에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매장도 늘고 있다. 다이소에 따르면, 2014년 970여개였던 매장은 △2015년 1000여개 △2016년 1100여개 △2017년 1200여개 △2018년 1300여개로 매년 100여개씩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스토어가 있지만 매출은 대부분 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나온다. 

다이소의 전략은 '최저가'다. 다이소는 일본에서 유행을 끌었던 100엔샵의 한국판이다. 다이소에서는 비싸봤자 5000원이다. 이는 최근 초저가를 무기로 내세우는 현재의 이커머스 업체 전략과 매우 닮아있다. 공산품 뿐 아니라 라면, 과자, 간장, 고추장 등 식료품도 판다. '신선식품 없는 대형마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커머스가 진행하는 각종 이벤트나 할인 행사 없이도 '언제나 1000원'인 것이 바로 다이소의 경쟁력이다. 제조업체로부터 납품가를 제시받고 가격을 협상하는 일반 유통업체와는 달리 다이소는 제품 견본을 본 후 먼저 원가를 제시한 뒤 제조업체의 수용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저가'를 유지한다.

다이소와 업체 간 계약이 성사되면 원자재 대량 구매 지원, 대체용 자재 개발, 디자인의 단순화 작업, 포장 최소화 등 원가 낮추기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일례로 납품업체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생산 자동화 설비를 갖춘 곳을 연결해 주거나 공장 가동률이 낮아질 때를 기다렸다가 제품을 생산하게 납품 시기를 조정하기도 한다. 

다이소 관계자는 "목적 구매로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옆에 있는 다른 저렴하고 재밌는 제품들을 보고 또 다시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다이소에 가면 다 있다는 이미지도 매장 인기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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