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만에 경영 일선 복귀, 여론과 노조의 반발은 예상됐던 일

지난해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는 이른바 ‘물컵 갑질’ 논란으로 한진그룹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그랬던 그녀가 14개월 만에 돌아왔다. 직책은 한진칼 전무 및 정석기업 부사장, 경영 일선 복귀다.

관련 내용이 보도된 후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정말 다시 돌아왔다고?’이고, 다른 하나는 ‘복귀할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였다.

조현민 전무가 복귀하자 한진그룹 계열사 노조의 반발이 곧바로 이어졌다.

신호탄은 대한항공 복수 노조 중 한 곳인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가 열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는 경영 복귀 기사 보도 직후 ‘조현민 전무, 어떠한 반성도 없이 경영복귀는 시기상조’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직원연대는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전무로 경영 일선에 복귀를 선언하는 모습을 볼 때, 여전히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음날엔 진에어 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현민 전무는 진에어의 전 부사장이기도 하다. 조 전무의 경영 일선 복귀로 국토부가 진에어에 요구한 갑질 근절과 경영문화 개선방안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생겼다.

진에어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조현민 전 부사장의 한진그룹 경영 복귀를 “국토부의 제재 해제를 기다리고 있던 전 직원의 희망을 처참히 짓밟은 처사”라고 평했다. 같은날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도 ‘갑질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노조이기 전에 한진그룹 계열사의 직원들이다. 시민들의 반응은 차치하더라도, 직원들이 이토록 반대하는데 조현민 전무가 돌아와야 하는 이유는 뭘까.

한진그룹의 공식적인 입장은 ‘조현민 전무의 능력’으로 풀이된다.

한진칼 2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책임경영의 원칙에 위배되며, 이는 회사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에 대해 한진그룹은 조현민 전무의 복귀가 그룹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년 이상 광고, 마케팅 업무를 맡아온 조 전무의 능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조 전무의 능력이 뛰어나단 것은 업계선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실제로 재직 당시 실적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격렬한 반발과 여론을 등질만큼의 능력인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매번 나오는 말이지만, 그룹은 총수의 사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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