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신라대·육군 53사단·한빛드론 함께 ‘불법 드론 공동 대응 시스템’ 구축

시뻘건 연기를 내뿜는 불법 비행 드론이 나타났다. 즉각 5G 가드 드론 4대가  출동해 불법 비행 드론을 에워싸고 경계했다. 불법 비행 드론은 더욱더 강한 연기를 내뿜었고 가드 드론은 모든 상황을 지상으로 생중계했다. 이내 출동한 육군 5분 대기조가 불법 비행 드론을 무력화시켰다. 불법 비행 드론이 지상에 착륙하고 나서야 가드 드론도 안심하듯 착륙했다.

12일 부산 신라대학교에서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불법 비행 드론 진압 모의 훈련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훈련에는 30여명의 관계자가 참여했다. 여러 종의 드론 5대와 5G스마트폰 12대가 동원됐다. 훈련 현장은 5G망을 통해 부산 신라대학교 강당 및 관제센터, 육군 53사단 종합상황실로 생중계됐다.

이번 모의 훈련에는 신라대학교와 육군 53사단 외에 SK텔레콤과 한빛드론이 함께 참여했다. 이들 4개 기관과 기업은 ‘불법 드론 공동 대응 시스템 및 체계’를 시범 구축하고, 불법 드론 탐지는 물론 식별, 추적, 무력화까지 전 단계에 걸쳐 실시간 공동 대응 시스템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

불법 비행 드론은 군·공항 관제권, 기차역 주변 등 비행 금지·제한 구역을 승인 없이 비행하거나 허용 고도·시간·기체 무게를 지키지 않고 비행하는 드론을 말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문제가 됐다. 영국 개트윅 공항 활주로 침입, 베네수엘라 폭발물 투척, 일본 총리 관저 위협 등 테러나 안전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12일 부산 신라대학교에서 재밍건으로 불법 비행 드론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12일 부산 신라대학교에서 재밍건으로 불법 비행 드론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이번에 구축한 불법 드론 대응 체계는 크게 ▲탐지, ▲식별, ▲추적, ▲무력화, ▲위해 요소 제거 5단계로 나뉜다. 각 단계별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박태학 신라대 총장은 “5G 기술을 적용해 국내 최초 불법 비행 드론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안전 관리 영역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불법 드론 위험이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는 시기에 의미 있는 행사다. 앞으로 드론을 활용해 산학간 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을 고도화하고 상용화하고, 해외 수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광명 신라대 공공안전정책대학원 교수는 ‘5G 기반 불법드론 대응체계의 필요성과 우리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지난해 11월부터 실증 연구를 준비했고 불법 드론이 많이 나올까하는 의구심으로 시작을 했는데 심각하게 많은 불법 비행 드론을 발견했다”며 “전국으로 따지면 연간 3만건 정도 불법 비행 드론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심각성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5개월간 김해공항 주변 드론 비행을 추적한 결과 비행금지 구역 내에서 891건의 비행 시도가 있었다. 비행은 모두 김해공항 관제권(공항 반경 9.3km), 낙동강, 사상역, 사상공단 등 부산 주요 시설 상공에서 이뤄졌다. 김해공항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드론도 있어, 이착륙 중인 비행기와 충돌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황 교수는 불법 드론 출연 시 소관기관 부재와 법적 제도 부재에 대해 지적하면서 ▲자격 기준, 보험 가입, 기체등록제 등 관련 법령 체계 수립, ▲대응 기관별 역할 정립‧대응 프로세스 체계화, ▲관련 기관 공동의 통합 관제대응시스템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낙훈 SK텔레콤 5GX IoT/Data 그룹장이 SK텔레콤의 불법 드론 조기 탐지와 대응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최낙훈 SK텔레콤 5GX IoT/Data 그룹장이 SK텔레콤의 불법 드론 조기 탐지와 대응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최낙훈 SK텔레콤 5GX IoT/Data 그룹장 5G를 활용하면 드론의 활용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5G를 활용하면 ▲초고속‧초고용량 데이터 전송, ▲초저지연 교통 통신, ▲초연결 다중 드론, ▲안전한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드론 관제 운영 플랫폼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SK텔레콤은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 데이터 분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초고해상도 AI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움직이는 물체나 사람, 차량 등을 탐지할 수 있다. 4K 화질이 제공되면 더 높은 고도에서 더 넓은 지역을 한 번에 볼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이런 AI 영상 분석 기술을 자동화해서 드론이 이상을 감지했을 때 알림을 주면 사람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관제 기능, 영상 분석 기능, 자동으로 항공하는 기능들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2년 후에는 이런 것들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진행된 모의 훈련 탐지는 신라대에 구축된 ‘안티 드론 솔루션’이 담당했다. 일종의 ‘드론 레이더’다. 특수 장비가 20m 높이 신라대 철탑에 설치됐는데 이 장비는 드론 조종 시 발생하는 주파수 신호를 감지해 반경 18km 내 불법 드론 및 조종사의 위치를 파악했다. 비행 금지 구역 내 드론이 이륙하면 비상음과 함께 정확한 좌표가 시스템에 표시됐다.

불법 비행을 파악하면 식별과 추적을 위해 ‘5G 가드 드론’이 출동했다. ‘5G 가드 드론’에는 드론에 각종 명령을 내리고 영상을 전송하는 SK텔레콤 ‘T라이브캐스터’ 솔루션과 5G 스마트폰이 탑재됐다.

12일 신라대학교 무인항공기 통합관제실 모습. T라이브 캐스터와 5G 스마트폰이 촬영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12일 신라대학교 무인항공기 통합관제실 모습. T라이브 캐스터와 5G 스마트폰이 촬영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T라이브 캐스터’는 안티 드론 솔루션에 표시된 불법 드론 좌표를 5G를 통해 곳곳에 대기 중인 가드 드론에 실시간 전달했다. 5G 가드 드론은 불법 드론 위치로 자율 비행을 통해 이동 후 움직임을 감지해 추적하게 된다. T라이브 캐스터와 5G 스마트폰이 촬영한 현장 영상은 실시간으로 신라대와 군 상황실로 전송돼 불법 드론에 탑재된 물체를 식별하도록 돕는다.

최대 10배까지 확대해도 식별할 수 있는 영상이 전달돼 불법 드론에 폭발물 등 위험물이 실려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높은 고도로 비행하는 불법 드론을 추격해 근접 촬영할 수도 있다.

무력화와 위해 요소 제거에는 육군과 ‘재밍건’이 투입됐다. 재밍건은 드론 조종사와 불법 드론 사이의 전파를 교란해 드론을 제자리에 정지시키고, 강제 착륙 시키는 총 모양의 특수 장비다. 불법 드론에 폭발물 등이 확인되면 육군 53사단 5분 대기조가 출동해 재밍건을 발사하고, 위해자를 제압했다. 이후 53사단 폭발물 처리반이 불법 드론의 위험물을 제거했다.

‘불법 드론 공동 대응 시스템 및 체계’를 구축한 기관과 기업들은 향후 3년간 공동 기술 개발, 합동 훈련, 대응 체계 고도화를 3년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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