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직무유기 주장···이사회 의결 등 향후 진행 주목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한국전력 경영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한국전력 경영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국전력공사는 이익이 보장된 회사인데 적자를 내고 있다. 경영진 무능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한전 경영진이 ‘무능’하고 전기요금 인하 정책은 ‘기만적’이라고 비판하며 누진제 즉각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공청회는 소액주주들의 고성과 항의로 어수선한 가운데 진행됐다. 최근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공개한 3가지 개편안 모두 전기요금 인하를 담고 있는데 요금을 깎아주는 만큼 한전 적자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TF에 따르면 실제 3가지 방안이 실현되면 한전의 부담은 최소 961억원에서 최대 2985억원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한전의 경영 부담을 줄여줄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한전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한전 주가는 2018년 1월 3만7000원대였지만 이후 하락을 거듭, 12일엔 2만6300원까지 밀려났다.

소액주주들은 한전이 이익이 나도록 보장돼 있는 회사인데 경영진의 무능으로 적자행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행동 대표는 “한전은 원가와 투자보수비와 적정이윤을 첨가한 총괄원가를 1년에 한 번씩 산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적자가 날 수 없다”며 “그런데 전기위원회 심의와 산자부 의결을 거쳐 전기요금이 결정되는데 한 번도 한전이 적자가 나면서 정부에 (이 사실을) 올려본 적이 없다”고 언급, 이를 직무유기로 규정했다.

이어 “그리고 (이 사실을) 올렸을 때 정부가 방관하고 무시하면 직권남용죄, 권리행사 방해죄가 성립되기 때문에 정부는 한번도 (한전이 이 사실을) 올리지 못하게 보이지 않는 손으로 한전을 억압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또 “한전 경영진들은 한 번도 적자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달 말 안으로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발언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그동안 전기요금이 조정 된 것은 모두 이사회 의결을 통해 조정안이 갔기 때문에 조정됐다는 사실관계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한전 주주들은 누진제를 완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 주주가 누진제 개편으로 인한 부담을 부담하는 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저소득층은 에너지 컨슈머로 보조해주고 국민들은 사용량 만큼 부담해야 한다”며 “정부가 두 번 다시 누진제로 국민을 기만하고 사기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정부가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다음 정권에 전기요금 올리는 걸 떠넘기려는 거 아니냐. 이게 시장경제를 이끄는 정부 관계자의 책임있는 태도냐”고 반문한 뒤 “2022년이면 현 정권 임기말이다. 다음정권에 폭탄을 던져버리고 미래세대에 위험을 던지겠다는 그런 불합리하고 몰상식한 태도를 서슴없이 얘기하는 이런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향후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될지 주목된다. TF는 소비자 의견을 취합·정리해 권고안을 한전과 정부에 제출하고, 한전은 이사회 의결과 전기위원회 심의, 산업부 인가를 거친 뒤 7월부터 개선된 누진제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사회 통과 여부가 관심이다. 일부 이사들은 개편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공청회 직후 “주가가 엄청 떨어져 큰 손해를 본 주주들의 입장을 이해하며 난감하고 면목 없다”며 “3가지 안 모두 한전에 부담을 주고 있어 이사들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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