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등록 액셀러레이터 170곳·개인벤처투자조합도 늘어···"검증되지 않은 자금으로 스타트업 자립성 해칠수도"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창업열풍이 불면서 지난 1년간 엔젤투자와 액셀러레이터가 급증하고 있다. 엔젤투자 및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스타트업에 흘러가는 자금을 확대시켜 창업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초기 기업에 자금이 너무 많이 흘러가는 과부하 현상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엔젤투자와 액셀러레이터의 수는 지난 1년간 1.5~2배 가까이 늘었다. 엔젤투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주식으로 대가를 받는 투자형태다. 개인이 투자하는 직접투자와 개인투자조합(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간접투자로 나뉜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시설, 컨설팅, 자금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개인투자조합 출자사업에 선정된 조합은 13개다. 최소 결성규모는 793억원가량으로, 출자요청액은 470억원이다. 출자사업에는 총 35개 학교, 액셀러레이터들이 개인투자조합으로 신청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5월 말 기준 170개 액셀러레이터가 등록을 했다고 집계했다. 미등록 기관까지 합하면 더 많은 액셀러레이터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반적으로 신규 벤처투자액이 지난해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기술보증기금 등 민간단체는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액이 6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통계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략사업본부장은 지난 4일 벤처투자 통합통계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번 통계에서 엔젤투자, 증권사 벤처투자,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사 등 조금씩 누락된 통계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신규 벤처액이 크게 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앞서 정부는 창업 마중물을 만들기 위해 엔젤투자와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법을 개정했다. 지난 2017년 중기부는 개인투자조합등록 및 투자 확인서 발급 규정 개정안과 액셀러레이터 공시 및 전문 인력 기준 고시 제정안을 확정 시행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참여와 액셀러레이터들의 전문인력 조건이 완화됐다. 또 팁스(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TIPS) 내 엔젤펀드를 확대했다.

업계에서는 엔젤투자와 액셀러레이터가 늘어나면서 초기 창업 시장이 크게 활성화됐다고 평가했다. 초기 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운 창업가는 엔젤투자나 액셀러레이터 지원을 받으면 사업을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들이 대규모 스타트업들을 육성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등록 액셀러레이터나 개인 엔젤투자자들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면서 자금 과부하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액셀러레이터와 엔젤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과도하게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태로 초기 스타트업들이 3~7년차 죽음의계곡 단계를 마주한다면 쉽게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를 위한 투자가 되는 셈”이라며 “또한 전체적으로 벤처투자가 늘어나 투자 평가가치가 크게 늘어나 손쉽게 정부나 민간 투자를 유치해 사업 자립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