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클리어액 등 복합제 3품목, 당초 약가 53.55% 수준 인하 예고
복지부 “약가 역전 문제 해결 위한 정책 진행” vs 제약사 “정책 모순 폭발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최근 정부의 약가 인하에 대한 해당 제약사들의 행정처분 효력정지 신청과 본안소송 제기가 빈번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복합제에 제네릭(복제약) 품목이 등재될 경우 기존 약가의 절반 가량으로 조정하는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약가 역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약업계는 정부의 약가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한다.    

12일 보건복지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약가 인하 고시에 반발해 복지부를 상대로 효력정지 신청과 본안소송을 제기한 품목은 총 3개다. 당초 5월 초 약가 인하가 고시됐던 한국팜비오 수클리어액은 7775원에서 4164원으로 46.4% 인하가 예고됐다. 인트로바이오파마 이노쿨산은 7097원에서 4211원으로, 한국맥널티 이노프리솔루션액은 7837원에서 4197원으로 약가를 조정한다고 복지부는 고시했었다.

하지만 해당 제약사들은 복지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반발해 법원에 행정처분 효력정지 신청과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3개 품목 모두 효력정지를 인용했다. 즉 지금의 약가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는 본안소송이 진행 중이다. 

과거 복지부의 리베이트 약가 인하에 대해 해당 제약사의 효력정지 신청과 본안소송 제기는 빈번하게 발생했다. 반면 리베이트가 아닌 경우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흔치 않았는데, 최근 소송이 잦아진 것이다.

제약업계는 약가 인하와 관련한 소송 증가는 결국 복지부의 정책 모순이 누적돼 있다 폭발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해당 제약사들이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자사 의약품 가격이 절반 정도 하락하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수클리어액을 포함해 태준제약 수프렙액 등 당초 5월 초 약가 인하가 예고됐던 품목 중 복합제는 5개였다. 이 중 3개 품목만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최초 제네릭이 등재되는 품목은 당초 약가의 53.55% 수준으로 하락하기 전 1년간 70%를 유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약가가 1000원인 품목의 경우 최초 제네릭이 등재되면 1년 동안 700원으로 유지하다가 이후 535원으로 약가가 떨어진다.

반면 복합제의 경우는 다르다. 복합제는 예컨대 1000원에서 최초 제네릭이 등재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약가가 535원으로 조정된다. 중간에 1년간 70%를 유지한다는 조건이 없다. 이 경우 일시적 약가 하락 폭은 46.5%다. 수클리어액과 이노쿨산, 이노프리솔루션액 등 3개 품목이 이에 해당됐다. 단, 이노쿨산의 경우 이번에 다른 약가 기전이 작용하며 40.7% 인하율이 적용됐다.

이처럼 복합제에 최초 제네릭이 등재될 경우 기존 약가의 53.55% 수준으로 약가가 하향 조정되는 것은 지난 2015년 7월 관련 규정이 개정된 후부터다. 개정 전에는 1년 동안 70% 등 약가 유지 기간을 거쳐 53.55%로 인하됐다. 복지부는 규정 개정 후 복합제 약가 인하로 인해 소송이 접수된 사례는 수클리어액 등 3개 품목의 사례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2015년 7월 규정을 개정한 것은 약가가 역전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약가 역전은 지난 2011년까지 단일제와 단일제 합의 68%를 복합제 약가로 산정하던 규정을 2012년부터 단일제와 단일제 합의 53.55% 수준으로 개정하면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즉 100원 약가 단일제와 100원 약가 단일제가 합쳐진 복합제 약가를 산정할 때 기존 200원의 68% 규정이 53.55%로 바뀌면서 일부 품목에서 약가 역전이 발생할 수 있어 최초 제네릭 등재 시 53.55%로 단번에 인하를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복합제의 특수성을 감안했다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약가 역전 현상은 일부 품목에 한정되며, 대다수 업체는 적지 않은 손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복합제 약가 인하 등 현행 약가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현행 복지부 약가 시스템은 무조건 깎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여러 복잡한 약가 기전에 따라 무한정 약가가 내려가기만 하는 제도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제약사의 한 임원은 “지난 2015년 7월 개정된 규정에 따른 소송이 최근 접수된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며 “그동안 쌓여 있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며,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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