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韓 상장채권 보유금액 119조원···월별 기준 사상 최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2016년 말 이후 최저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내 채권시장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안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에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보다 안전자산인 채권에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나며 국내 경기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금리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505%로 전일보다 0.037%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6년 11월 이후 최저 기록이다. 3년물만 아니라 1~50년의 국고채 금리도 모두 하락했다. 전일까지 1.7%대를 기록했던 20년 만기와 5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각각 1.691%, 1.682%로 주저앉았다. 

채권시장에서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금리가 내렸다는 것은 채권 수요가 그만큼 늘어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증권업계는 국내 경기 악화 상황이 길어지고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국면이 예상되면서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분석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채권시장 유입 추세가 최근 들어 가팔라졌고 단기채보다 장기채 금리가 더 낮게 형성된 상황 등이 겹쳐 시장에서 느끼는 경기 불안감이 더 커졌다는 해석이다. 

외국인의 채권시장 유입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인의 한국 상장채권 보유금액은 119조2020억원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대 기록은 지난해 8월 114조2820억원이다. 반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매도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상장주식 2조91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매수 규모다. 

외국인은 장외 채권시장에서 강한 매수세를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월부터 4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 현재까지 외국인의 국채 순매수 금액은 3조79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0조5784억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해 월별 기준 사상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경기 악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는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3년과 5년 만기 국채 금리가 각각 1.505%, 1.542%로 1년 만기 국채 금리(1.571%)보다 낮은 상황이다. 경기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만기가 긴 채권에 자금이 유입된 결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국고채 금리 하락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본다. 지난달 31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왔고 미국에서도 경기 하락에 따른 선제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채권 금리 하락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년 금리와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등 대부분 만기의 국고채 금리와 기준금리의 역전 폭도 확대되는 추세”라며 “시장은 이미 두 차례 정도의 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한은이 지난 5월 발표한 올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는 -0.4%로 4월 발표된 속보치(-0.3%)보다 0.1%포인트 낮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경기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 매입 규모를 더 키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신 연구원은 “한은은 금리 인하에 부정적 입장이지만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해소되지 않는 한 (채권) 매수 우위의 시장 상황과 금리의 하락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내내 주식 매도, 채권 매수의 흐름이 이어져 왔다. 유입된 채권 자금의 구성을 보면 안전자산 매수는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라며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실현될 경우 유입세가 강화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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