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건설 경기 악화 속 선방
실적 급락한 삼성물산, 빛 바랜 ‘1조 클럽’
대우건설, 재무건정성 여전히 ‘빨간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취임 2년 차를 맞은 주요 건설사 CEO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건설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은 국내외 건설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양호한 실적을 내며 선방했다. 반면 지난해 ‘1조 클럽’ 가입을 견인했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들어서도 주택·플랜트 부문에서 고전하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건설경기 침체 속 실적 양호···‘재무통’ 체면 세워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도 ‘재무통’으로 불리던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실적 부진과 함께 해외사업 성적도 당초 잡은 수주 목표액의 절반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그는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전무,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부사장을 거친 재무관리 전문가다. 그룹 내에서 내실을 다질 것이란 기대감이 컸던 만큼 박 사장의 입지도 흔들렸다. 하지만 올해 건설 경기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비교적 양호한 실적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 1분기 매출 3조8777억원, 영억이익 205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9.6%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6.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5.3%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재무건전성도 국내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부채비율은 118.6%에 불과했고, 유동비율(196.5%)과 자기자본비율(45.7%)도 적정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해외에서 굵직한 수주를 따내며 실적 확대 기대감도 커졌다. 최근에는 3조원에 육박하는 이라크 해수 공급시설 프로젝트를 따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다음달 말을 전후해 발주될 알제리 복합화력플랜트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 마르잔 가스플랜트 프로젝트 등의 수주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 등 업계에서도 해외 저마진 현장이 마무리되고, 국내 주택사업의 증가 등으로 현대건설의 2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한 박 사장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올해 들어 실적 급락…전망도 어두워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은 최치훈 전 사장의 후임으로 지난해 1월 건설부문 수장에 올랐다. ‘재무통’으로 불린 이 사장은 체질 개선과 수익성 중심의 내실 성장에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8813억원) 대비 25.3% 증가한 1조104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건설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며, 취임 1년 만에 사장으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삼성물산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지난해 이룬 성과들이 빛을 바래는 모습이다. 올 1분기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영업이익은 1040억원으로 전년 동기(1580억원) 대비 34.17%(540억원)나 떨어졌다. 건설부문의 부진으로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도 반 토막 났다. 이는 당초 영업이익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 증권업계의 예상을 뒤집는 결과였다. 700억원 상당의 해외 건설 프로젝트 손실이 실적 하락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2분기에도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으로 홍콩 지하철 프로젝트, 호주 도로공사, 홍콩 지하철 프로젝트 등 일부 프로젝트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5000억원과 24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3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 ‘골든타임’ 노칠까 노심초사···재무건전성 여전히 심각

신년사에서 올해가 회사 성장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던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취임 1년을 맞은 김 사장이 골든타임이라는 단어까지 꺼낸 이유는 대우건설의 재무건전성 악화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부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에 김 사장은 강도 높은 체질 개선과 역량 강화에 나섰지만, 아직 악화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우건설은 올 1분기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동시에 약화됐다. 대우건설의 1분기 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276.8%)보다 34.9% 상승한 311.7%를 기록했다. 이는 10대 건설사 중에서 최고치로 ‘위험’ 수준이다. 차입금은 34.57%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4.9%를 기록하며 2017년 4분기 이후 영업이익률 5% 이하로 주저앉았다. 영업 창출 현금 흐름은 마이너스(-) 3231억원으로 시공능력 평가 5위권 내 건설사 중 가장 적은 금액을 기록했다. 그 외에도 매출은 2조309억원, 영업이익은 985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각각 23.4%, 45.9%가 급감했다.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은 주택사업의 부진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대우건설의 실적이 수주잔고 감소에 따른 주택·플랜트 매출액 감소로 인해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대우건설의 하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을 4조6860억원으로, 영업이익을 2670억원으로 전망했다. 각각 직전년도 대비 6.1%, 6.5% 줄어든 금액이다. 다만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올 1분기 주택·건축 부문 수주 증가세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는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카타르 등에서 발주될 LNG 액화플랜트 수주가 대우건설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해외통’으로 불리는 김 사장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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