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전무, 여론 부담에도 경영 복귀···내부 결집 목적으로 보는 시각 많아
KCGI, 미래에셋대우에 주식담보대출금 상환 임박
케이프증권 이어 미래에셋대우도 한진칼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 대두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한진칼 2대 주주 KCGI 간의 한진칼 경영권 싸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상속세 산정이 마무리된 가운데 차녀인 조현민 전무가 경영에 복귀했다.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게 나오지만 KCGI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내부 결집용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순항하던 KCGI는 주식담보대출 상환 연장이 이뤄지지 않아 암초를 맞았다. 일각에선 주식담보대출 상환으로 인해 지분 추가 매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KCGI의 자금 동원에 문제가 없어 추가적으로 한진칼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진그룹 일가의 백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KCGI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 어머니 이명희 전 이사장의 견제 카드?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진그룹 일가가 최근 들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조 전 회장 사망 직후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그룹 회장에 올랐다. 이후 지난 10일에는 차녀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경영에 복귀했다. 조 전무는 지난해 4월 광고대행사 담당 팀장에게 물을 투척했다는 이른바 ‘물컵 갑질’ 사태로 경영에서 물러났었다. 

조 전무의 경영 복귀는 삼남매 간 상속이나 승계 문제에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이뤄진 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조 전 회장 사망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 문제로 삼남매 간 갈등설이 불거졌는데, 조 회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속 문제와 관련해 “가족들과 지금 많이 협의하고 있고, 완료됐다고 말씀은 못 드린다”라고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 하지만 이후 조 전무가 경영에 복귀하면서 가족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특히 조 전무의 복귀 시점이 한진칼 상속세 산정이 끝난 이후라는 점도 설득력을 더한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에서는 주식 상속일 전후 4개월을 기준으로 주가를 평균해 지분가치를 계산한다. 이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의 사망일을 기점으로 지난 2월 7일부터 오는 6월 7일까지가 상속세 산정의 기준일이 된다. 조 전무가 경영에 복귀한 시점은 상속세 산정이 끝난 직후여서 남매간 상속세 납부 문제를 해결하고 KCGI에 대응하기 위한 역할 분담이 이뤄졌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조 전무의 복귀 배경을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조 전무의 경영 복귀가 조 회장에 대한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등의 ‘견제’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 전무는 이번에 복귀하면서 한진칼뿐만 아니라 정석기업 부사장 직함도 달았다. 반면 조 회장은 지난달 정석기업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다.  

◇ 주담대 상환 암초 만난 KCGI···백기사들도 수면 위로

KCGI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한 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미래에셋대우는 “KCGI 측의 주식담보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KCGI는 오는 12일 미래에셋대우에 2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앞서 KCGI는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와 엔케이앤코홀딩스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지난 3월과 4월 각각 200억원의 자금을 미래에셋대우로부터 대출받았다. 나머지 200억원의 만기는 다음달 22일이지만 이 역시 상환 연장이 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KCGI는 다음달 22일까치 총 400억원을 준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KCGI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는 향후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진그룹 일가의 대응으로 주가가 높아지기 전에 지분을 늘릴 필요성이 있는데,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에서는 이번 상환과 관련해 KCGI의 전략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진칼 지분을 감안하면 다른 곳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펀딩에 나설 수도 있고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차입할 수 있는 등 방법이 다양하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태로 한진칼의 백기사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KCGI를 압박하는 요소로 분석된다. 백기사로 처음 지목된 케이프증권은 상속세 산정이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자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에서 이름이 빠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선을 긋고 있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선 미래에셋대우가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컨설팅을 맡은 점을 들어 사실상 한진그룹 일가의 백기사로 보고 있다. 그밖에 한진그룹과 거래를 하는 기관도 많아 이들이 잠재적인 백기사가 될 가능성도 KCGI에 부담이 될 요인으로 분석된다.

CI=각사.
CI=각사.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