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김용균법에 김용균은 있는가? 산안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공청회’ 개최
‘급박한 위험’ 규정 모호성 지적···시행령·시행규칙 등 구체적 명시 요구
노사간 입장 ‘평행선’, 합의과정 어려움···고용부, 의견 수렴해 오는 8월 최정 개정안 마련 계획

지난달 31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 비정규직 주최로 '김용균 대책 합의 조속한 이행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 비정규직 주최로 '김용균 대책 합의 조속한 이행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안의 정부 입법예고는 종료됐지만 개정안에 대한 노사의 불만은 여전하다. 노사가 공청회 등을 통해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이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차가 첨예해 합의 과정이 녹록치 않다.

산안법 개정안은 지난해 고(故)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중대재해로 사망한 이후 재발방지 차원에서 전면 개정되면서, 이른바 ‘김용균법’이라고 불리고 있다. 기존 산안법 제26조에서 사업주의 의무로 규정했던 근로자 작업거절 내용을 제52조(근로자의 작업 중지)로 분리‧신설하면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 등이 있을 시 노동자 스스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권리를 추가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에 대해 노사는 일제히 ‘급박한 위험’이라는 규정의 모호성을 지적하면서,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통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급박한 위험’을 노동자, 사업주, 고용노동부, 법원 등이 서로 상이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노동자나 사업주 등 양측 모두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동자는 ‘급박한 위험’ 상황으로 인식해 작업을 중지했지만, 사용자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노동자들의 실질적 작업 중지 권리는 상당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업장 안전사고 위험에 대한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중대재해 발생 시 노동자들의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고 있어 개정안 내용만으로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11일 국회에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김용균법에 김용균은 있는가? 산안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공청회’에서도 개정안에 대한 노사의 불만은 표출됐다.

앞서 노동계, 경영계, 정부부처 등은 지난 4월 22일부터 6월 3일까지 개정안 입법예고기간 동안 71건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경영계는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 중지 명령의 문제(해제 심의기간 축소), 근로자 안전보건책임 범위 미규정 등 우려, 건설기계의 안전‧보건 조치 및 교육의무 대상 확대, 안전‧보건 계획 수립 및 이사회 보고‧승인 의무화, 시공사 처벌 강화,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 공사 단계적 확대 등 문제를 제기했고, 노동계는 도급승인대상 확대, 안전‧보건 조치 대상 금액 및 기계‧기구 확대, 작업 중지 해제 시 노동자 참여 보장, 산안법 적용제외 규정 삭제 등을 요구한 상황이다.

공청회에서 노사는 ‘급박한 위험’에 따른 노동자의 작업 중지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내비쳤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작업 중지 조건인 ‘급박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사용자가 제거할 수 있다면 작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최명선 한국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고현장 확인해서 안전조치를 하고 감독관이 실제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한 다음 작업을 재개하는 것은 상식이고, 이런 기본규칙이 작업 중지와 해제절차 시행령에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산안법 개정안에 명시된 도급인 안전‧보건 조치 책임 대상(도급인의 사업장이나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과 관련해서도 노사는 온도차를 보였다. 노동계는 ‘사각지대’에 있는 현장 노동자들이 많은 만큼 가정집 에어컨 설치, 방문요양장소, 추락 위험 있는 장소 등을 특정해 의무 규정에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개정안에 명시된 도급인의 지배‧관리 장소 문구를 분명히 규정해 법리적 해석 차이에 따른 노사분쟁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붕괴, 화재, 추락, 질식 등 위험장소 22개로 한정한 개정안 규정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날 공청회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에 반영하고, 오는 8월까지 최종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1월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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