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전문가 공청회서 다양한 의견 제시···일부 소액주주 “개편 반대” 격앙
소비자 전문가는 누진구간 확대안 선호···개편으로 한전 경영악화 우려도

한국전력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를 진행했다. / 사진=최성근 기자
한국전력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를 진행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이 존중돼야 한다. 그래야 누진제 개편도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이 존중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에선 최근 전기요금 누진제 민관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3가지 누진제 개편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논의된 누진제 개편안은 ▲현행 3단계 누진제 구조를 유지하면서 7~8월만 누진 구간을 확대하는 방안(1안) ▲ 7~8월만 현행 3단계 누진제를 2단계로 줄이는 방안(2안) ▲연중 단일 요금제로 변경해 누진제를 폐지하는 방안(3안) 등이다.

현행 누진제는 1구간(200kWh 이하)에 1kWh당 93.3원, 2구간(201~400kWh)에 187.9원, 3구간(400kWh 초과)에 280.6원을 각각 부과하고 있다.

누진구간 확대안인 1안은 지난해 여름 기록적 폭염 대책으로 한시적으로 누진 구간을 확대했던 정책을 상시화하는 방안이다. 7~8월에 한해 1구간을 0~300kWh로 늘리고, 2구간은 301∼450kWh으로 조정한다. 451kWh 이상은 3구간 요금을 부과한다.

누진단계 축소안인 2안은 7~8월에만 기존 3단계 누진제를 2단계로 줄이는 안이다. 1구간은 0~200kWh로 동일하고 200kWh 초과 구간은 모두 2구간 요금을 부과한다.

누진제 폐지안인 3안은 계절과 상관없이 누진제를 아예 폐지하고 전기 사용량에 관계없이 동일한 요금을 부과하는 안이다.

민관 TF에 따르면 개편안 중 할인적용 가구수(지난해 사용량 기준)는 1안이 1629만 가구로 가장 많다. 2안은 609만 가구, 3안은 887만 가구가 혜택을 본다. 할인 금액은 2안이 월 평균 1만7864원으로 가장 많다. 1안은 월 평균 1만142원, 3안은 월 평균 9951원으로 뒤이었다. 1안과 2안은 시행하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지만 3안은 시행 시 1416만 가구가 월 평균 4335원 오른 전기요금을 납부하게 된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소비자 전문가들은 대체로 1안을 지지했다. 송보경 E컨슈머 대표는 “소비자들이 누진제 개편안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게 있다. 제대로 알고 선택하는지,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마련돼 있는지 여부인데 이게 결여돼 있다”고 지적한 뒤, “(3가지 안 중) 1안을 선호한다. 한국 전기 소비자의 태도는 대체적으로 ‘지금 현행 전기요금은 부담할 만 하다 그러나 불안하다’이다”며 “부담할 만 하지만 불안요소를 해소해야 한다. 이에 가장 합당한 안은 1안이다. 그러기 위해 앞서 얘기한 2가지 결여된 부분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누진제 도입취지를 보면 에너지 절약, 저소득층 보호가 기본으로 깔려있는데 지금 3가지 안은 이 변수를 벗어나 접근해야 한다”며 “여름철 에너지 사용이 에어컨 사용으로 인해 늘어났는데 이건 과다소비보단 필수 소비라는 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편안의 기본은 기본적 공공서비스, 보편서비스 관점에서 좀 더 많은 가구에게 요금 절감 혜택을 돌려주는 게 가장 적합하다”며 “이점을 감안하면 1안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고 했다.

전기요금과 관련해 국민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현재는 시간대별 전력소비 확인이 안 되고 있는데 스마트 전력계가 보급되면 가능해질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전기요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줄 필요가 있다. 각종 비용을 소상하게 알려서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전력도 이에 공감했다. 권기호 한전 영업본부장은 “전기요금 청구 세부내역과 관련, 하반기에 원가 구성, 내가 쓰는 전기요금에 대해 도매가, 소매가를 청구서에 명확하게 표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소비자 관련 정보는 모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찬기 산업부 전력시장과장은 “한전이 우리나라 유일한 전력 판매사다보니 ‘정보의 부족’이 지적되곤 한다. 이번 요금개편 작업을 하면서 인식을 많이 했다”며 “앞으로 한전과 협의해서 소비자 실제 사용행태가 어떻게 되는지, 미시적 전력 데이터, 선택권 보장에 정책기조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청회를 2회 여는 것도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줬으면 좋겠다는 지적에도 반성하고 있다”며 “누진제 TF 때 여러안이 검토됐다. 현재는 3안 중 단일안 선택으로 했는데 향후 국민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누진제 개편이 실적 부진에 빠진 한전 경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이날 질의 응답시간엔 최근 한전 주가 하락에 격앙된 소액주주를 비롯한 일부 방청객이 누진제 개편을 반대하며 고성을 지르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인례 대표는 “한전 적자 부분은 한전 경영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나. 국가재정이 투입되면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1안~3안 모두 한전엔 적자 부담을 지우던데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TF팀은 이날 공청회 이후 소비자 의견을 취합·정리해 권고안을 한전과 정부에 제출한다. 한전은 이사회 의결과 전기위원회 심의 및 산업부 인가 등 법정 절차를 거친 뒤 7월부터 개선된 누진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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