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범위· 예산 편성 등 쟁점···키코 분쟁조정 등 불협화음이 악영향 미칠 가능성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 왼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 왼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금감원) 특수사범경찰(이하 특사경) 운영과 관련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간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여러 사안에 걸쳐 표출되는 양 기관의 갈등이 합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11일까지 금감원 특사경 출범을 위한 의견 수렴을 마친 후 이달 중으로 출범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사경은 특정 분야 범죄에 대해 행정공무원 등에게 경찰과 동일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대표적인 사례로 교도관과 국가정보원 직원, 환경부 단속업무 직원 등이 있다.

금융위 역시 지난 3월부터 고도화되는 금융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금감원 직원 일부를 특사경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초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도 의결했다.

하지만 지난달로 예상됐던 금감원 특사경의 출범은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다. 업무범위와 예산 편성을 둘러싼 금융위와 금감원 간 논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달 22일 금감원이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 제·개정을 예고하면서 부터다. 금융위는 지난달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을 의결하며 특사경의 업무범위를 ‘패스트트랙(Fast-Track)’ 사건으로 한정한 반면, 금감원은 인지수사 규정을 집무규칙에 포함시켰다.

업무범위가 패스트트랙 사건에만 국한될 경우 수사 여부를 금융위 산하 증선위원장만이 결정할 수 있지만 인지수사 권한이 주어지면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감원이 인지수사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금감원 역시 빠른 특사경 출범을 위해 결국 이를 수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 편성 역시 주요 쟁점 중 하나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특사경 출범을 위해 요구한 예산 약 7억원을 금감원 예비비에서 충당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반면 금감원은 추가 경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연이어 표출되고 있는 양 기관의 갈등도 특사경 출범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양 기관의 기싸움이 특사경 논의로 번질 경우 합의 중인 사안들도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외환상품 키코(KIKO)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대상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법적 권한 범위에서 키코 불완전판매 문제에 대한 분쟁조정을 하겠다는 금감원의 방침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에 윤석헌 금감원장은 다음 날인 11일 출근길에 취재진들과 만나 “피해 기업으로부터 신청을 받았으니 키코가 분쟁조정 대상이 된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회계부정행위 신고포상금 인상 문제에서도 양 기관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회계 부정행위 신고포상금 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정권자인 금융위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특사경 제도는 기본적으로 금융위 쪽에서 반대를 해 왔던 사안”이라며 “금융위 입장에서는 금감원에 필요 이상의 권한을 주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사경 업무범위와 관련한 논쟁은 양 기관의 힘겨루기 성격이 강하다”며 “사안마다 갈등이 일어나게 되면 관련 내용 합의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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