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확대되며 자동차업계까지 인재 확보에 혈안

사진=셔터스톡
/ 사진=셔터스톡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법적분쟁으로 ‘배터리 인재 모시기’ 전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서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분쟁이 맞소송으로까지 번졌다. LG화학이 배터리 기술 영업비밀을 누출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 측이 서울중앙법원에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채무부존재 확인 및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재기한 것이다.

이번 소송전은 그만큼 시장에서 배터리 인재가 귀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면서 업계마다 인재 모시기에 혈안이 됐다.

LG화학 관계자는 “전기차로 인해 아예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면서 배터리와 관련 인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 역시 “지금 전기차 시장만큼 제조업 부문에서 급성장이 예상되는 곳은 없다”며 “이들을 잡기 위해선 근무환경 등 좋은 조건을 맞춰줘야 한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특히 5~6년 차의 대리 및 과장급 인사들이 주요 스카웃 대상이 된다. 특별히 박사학위 등이 필요하다기보다는 해당 부문에 대한 실무적 경험과 이해가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인재들의 주요 전공을 살펴보면 화학공학·전기공학 등 배터리 부문만큼이나 다양하다.

배터리 인재들의 높아진 몸값은 이미 자동차업계 이직 시장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과거 경력자들의 이전 회사를 보면 경쟁 자동차 회사 사람이 태반이었는데, 요즘은 배터리 회사 출신이 크게 늘어났다”며 “향후 미래차가 차세대 산업 모델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배터리 인재들은 외국에서도 눈독을 많이 들인다. 대형 배터리를 제대로 개발하는 국가가 사실상 한국, 중국, 일본인데 향후 전기차 시장을 대비하려는 유럽에서도 한국 배터리 인재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배터리업계 인사는 “해외 업체의 경우 국내 대기업들보다 훨씬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처럼 배터리 인재 모시기 전쟁이 계속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향후 이직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화학에서 우리 쪽으로 이직했던 인물 중 상당수는 이미 다른 곳으로 또 이직했다”며 “동종 업종 간 이직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를 영업비밀 침해로 몰고가는 것에 대해 더 이상 그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맞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직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SK이노베이션에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실제로 영업비밀 침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직을 했다고 모든 기업에 소송을 제기하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