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체제 맞은 두산, 사촌 간 회장 승계방식 교통정리는 아직
오너 일가 사익 추구 논란 부른 CJ올리브네트웍스 분할···“올리브영, 이선호 승계자금 원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과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재계에 오너 4세 경영인 체제가 본격화됐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LG그룹·한진그룹 등 복수의 그룹에서 차례로 4세 경영인들이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추세는 점차 확대될 조짐이다. 최근에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후손들 중에서도 4세 승계를 위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표면적으로는 4세 승계라는 공통분모를 갖지만, 속사정은 제각각이다. 두산그룹은 고(故) 박용곤 명예회장 이후 형제 승계를 정착시켰다. 박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회장이 숙부들의 뒤를 이어 회장직에 올랐으나, 선대처럼 4촌 간 승계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CJ그룹의 경우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승계를 위한 물밑작업과 셈법 찾기에 한창이라는 후문이다.

◇ 두산 포스트 박정원, 누가 차지하나

최근 박정원 회장은 그룹 지주사 두산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고인이 된 박용곤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 상속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박 명예회장 지분의 절반은 박 회장이, 33%와 17%는 각각 박지원 두산 부회장과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회장에게 상속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번 상속으로 박 회장의 지주사 지분율은 7.41%로 높아져 최대주주에 올랐다. 두산의 발행주식 중 공익법인(두산연강재단·동대문미래재단) 2곳과 27명의 오너 일가 지분율은 47.23%다. 박 회장 개인 지분이 상당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에는 2016년 취임 후 3년여 만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기업집단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공정위가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지정하기 시작한 1987년 이래 첫 창업주 4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박 회장 개인으로선 회사 안팎으로 본인만의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룹의 4세 체제는 미완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유는 승계 방법 때문이다. 두산가(家) 3세들은 장남 박용곤 명예회장부터 박용만 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등에 이르기까지 형제 승계를 고수해 왔다. 4세들 중 처음으로 그룹 회장직에 오른 이가 박정원 회장이다.

자연히 박 회장은 취임 초부터 ‘포스트 박정원’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앞선 승계방식을 고수할지가 관심사였다. 향후 LG그룹과 같이 장자 승계가 고수될지, 형제 세습의 전통에 따라 친동생인 박지원 부회장이 차기 회장직에 오를지 등이 화두로 떠올랐다. 박 부회장이 뒤를 잇는다면, 사촌형제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박 명예회장의 상속과 더불어 오너 일가의 지분율 등락을 따져봤을 때 사촌 간 승계는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원·지원 형제 외 사촌형제들의 지분 감소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큰집’과 ‘작은집’들의 지분 격차가 3%p를 웃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재계에서는 향후 계열분리의 움직임이 속속 감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4세 체제의 정립은 결국 승계방식이 어떤 형태로 고착화 되느냐에 있다”면서 “무엇보다 두산중공업·두산건설 등 주축 계열사들의 재무위기 타개가 선행돼야 하겠지만, 향후 어떤 형제들이 어떤 사업을 맡을지 여부와 어느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지 등이 지대한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1990년생 ‘삼성家 종손’ 이선호···“CJ 왕좌 위한 자금의 원천은 올리브영”

승계방식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는 두산그룹과 달리, CJ그룹에 대해서는 장자 승계를 고수할 태세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건강상태가 차츰 호전되고는 있지만 경영 복귀 후 이사회 멤버로 활동할 만큼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이 회장의 건강에 여전히 여러 의문부호를 붙이면서 후계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1985년생 이경후 CJ ENM 상무가 맏이며, 1990년생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둘째다. 업계는 ‘포스트 이재현’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이선호 부장을 꼽는다. 이선호 부장과 누나 이경후 상무가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남매 경영’을 재현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 CJ올리브네트웍스 사업분할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도 이선호 부장의 승계가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된 탓에 촉발됐다. 비상장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 4월 △IT 시스템 구축 및 운영사업부문(IT부문) △헬스앤뷰티 유통사업부문 등을 45:55 비율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분리된 IT부문 법인을 CJ그룹 지주사 CJ의 자회사로 편입키로 했다. CJ와 IT부문 신설 법인 간 주식을 1:0.54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당초 CJ올리브네트웍스의 발행주식 17.97%를 보유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이선호 부장은 이번 분할·편입 과정에서 지주사 지분 2.8%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 같은 계획을 두고 “오너 일가의 사익 추구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그동안 CJ올리브네트웍스의 헬스앤뷰티스토어 브랜드 ‘올리브영’의 경우 경쟁사들과 달리, 매장 확대 속도가 매우 가팔랐다. 2008년 전국 57개에 불과했던 매장은 10년 만에 1100여 개로 늘어났다. 경쟁업체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였다. 

폭발적 매장 확대 과정에서 가맹점 대신 직영점 비율이 높아진 점은 이선호 부장의 후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을 낳았다. 향후 ‘CJ올리브영’으로 거듭날 CJ올리브네트웍스 헬스앤뷰티 유통사업부문이 이 부장의 승계를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상장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가운데 향후 이를 매각해 현금화 할 것이라는 전언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그동안의 급격한 매장 수 확대 덕에 성장성에 정체가 올 만큼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며 “실제 올리브영 안팎에서는 이번 계열분리를 바탕으로 막강한 유통 채널을 보유한 CJ올리브영을 상장하고, 향후 이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선호 부장의 ‘실탄’을 채우는 방향이 설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상장을 추진하겠지만, 그러러면 최소 3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장과 함께 매각할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같은 해명과 업계 시선은 다소 온도차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만 하더라도 이선호 부장의 지분가치가 대폭 상승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승계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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