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외제약 퇴직자들 메일 입수, 관련 내용 확인···처방제품 3억원 달해
2011년 ‘제피드’ 출시 직후 1·2차 샘플링, 목적은 거래처 창출·문전약국 구비 준비···대응 방법 정리한 시나리오도 눈길
반납된 약의 행방도 촉각···중외제약 “직원 반납 제품은 의사에 견본품으로 제공,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

이경하 JW홀딩스 회장(왼쪽)과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경하 JW홀딩스 회장(왼쪽)과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JW중외제약이 수년 전 자사의 남자 직원들을 동원해 갓 출시한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를 병원에서 처방 받아 문전약국에서 수령한 후, 회사에 반납하고 약품대금을 정산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런 방식으로 처방받은 제품은 3억여원 규모다. 사측은 직원들에게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도 제공했다. 특히, 이 같은 방법으로 JW중외제약이 수령한 해당 제품이 어떻게 활용됐는지도 주목된다.  

이에 대해 JW중외제약은 직원들이 반납한 제품을 의사들에게 견본품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시간이 많이 지난 사안이며,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제피드는 JW중외제약의 두 번째 신약이자 국산 17호 신약이다. 2011년 출시 당시 이경하 JW중외제약 부회장(현 JW홀딩스 회장)은 “제피드는 빠른 효과와 적은 부작용으로 환자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주는 약”이라고 강조하며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야심차게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출시 이듬해 화이자의 오리지널약인 비아그라의 특허가 풀려 수십개에 달하는 복제약이 나오면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1년 당시 JW중외제약 관련부서가 남자직원들에게 발송한 전자메일과 첨부자료 내용. / 사진=시사저널e
2011년 당시 JW중외제약 관련부서가 남자직원들에게 발송한 전자메일과 첨부자료 내용.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는 12일 복수의 JW중외제약 퇴직자로부터 지난 2011년 당시 마케팅리서치팀과 영업지원팀에 각각 소속된 이모씨와 김모씨가 발송한 메일 1개와 4개 등 총 5개 메일과 첨부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메일이 발송된 시점은 2011년 11월과 12월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은 지난 2011년 10월 출시한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했다. 마케팅리서치팀 이씨는 2011년 11월 25일 발송한 메일에서 “제피드의 사내 붐업 및 매출 증진 목적으로 전직원 제피드 샘플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제피드의 원활한 처방을 위해 (직원들이)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샘플링 목적은 제피드를 처방받음으로써 기존 거래처가 아닌 신규 거래처를 창출하고, 병원에서 처방이 나오면 약국에서 판매가 가능하도록 문전약국의 제피드 구비를 사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샘플링 기한은 2011년 11월 28일까지였다. JW중외제약은 남자 직원들의 주소를 토대로 자택 근처 병원을 배정했다. 직원들이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문전약국에서 제피드를 수령하는 절차도 지정했다. 약국에서는 카드로 결재하도록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JW중외제약은 제피드가 없다고 밝힌 문전약국의 경우 주위 다른 약국을 방문하고, 모든 약국이 없다고 하는 경우 언제쯤 오면 약품이 구비돼 구매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도록 지시했다. 이 같은 회사 지시는 앞서 제시된 목적대로 신규 거래처를 창출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메일에 첨부돼 있는 시나리오는 직원들이 병원과 약국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한 지침을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20~30대 환자의 경우 “제가 요새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부부관계가 만족스럽지 않다”며 “신문에서 보니까 제피드란 빠른 약이 나왔다고 하던데 처방 좀 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하도록 요청하는 방식이다. 40~50대는 “친구들하고 이야기하던 중 얼마 전 국산 발기부전약이 나왔다고 해서 보니까 15분 만에 효과가 나타나는 빠른 약이라고 하던데”라며 “저도 한번 써보고 싶은데 처방 좀 해주실 수 있나요”라는 내용이다.

시나리오에는 부작용 버전도 있었다. 40~50대는 “제 친구가 써보니까 진짜 부작용이 없던데 처방 좀 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하도록 했다. 구체적 상황에 따른 자세한 대응 방법에 관한 조언도 있었다. 의사가 다른 발기부전치료제를 처방하려고 할 때는 “다른 약은 복용을 해봤는데 별로여서 한번 먹어보려는데요. 그냥 제피드 처방해주시면 안될까요”라고 말하도록 요청했다.

의사가 싼 약(A제약사 발기부전치료제)을 처방하려 할 때는 “가격은 상관 없으니까 효과 빠른 약으로 처방해주세요“라는 내용의 답변을 하도록 제시했다. 의사가 매일용법을 권할 때는 “한 번 (관계를) 하려고 매일 약을 먹는 것은 부담스러운데 그냥 필요할 때 먹고 부작용 적은 약으로 주세요”라는 멘트를 권유했다. 약사가 약국에서 약이 없다고 할 때는 “이따 와서 처방전을 드릴 테니 약 좀 미리 준비해주세요”라고 말하도록 지시했다.

2011년 당시 JW중외제약 관련부서가 직원들에게 발송한 메일 중 일부 내용. / 사진=시사저널e
2011년 당시 JW중외제약 관련부서가 직원들에게 발송한 메일 중 일부 내용. / 사진=시사저널e

영업지원팀 김씨가 2011년 12월 13일 발송한 메일에는 전날 처리된 제피드 1차 샘플링 일부 가지급에 대한 정산 관련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이어 김씨가 12월 15일 발송한 메일에는 전날 처리된 1차 샘플링 추가 가지급에 대한 정산을 할 예정이고, 정산을 하면 다음날인 16일 입금될 예정이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김씨가 12월 19일 발송한 메일에는 15일 메일과 유사한 내용이 들어 있었으며, 당일 입금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공지했다.

이번에 입수한 문건 중 마지막 메일은 김씨가 지난 2011년 12월 28일 발송한 것이다. 김씨는 제피드 1·2차 샘플링 가지급은 종료했으며, 총 683건(3억3740만2150원) 중 353건(2억4169만7290원)이 미정산됐으니 조속한 정산을 부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결국 당시 제피드 샘플링은 1차와 2차를 합쳐 총 3억3700여만원 규모로 진행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JW중외제약 퇴직자들의 관심은 당시 남자 직원들이 정산 후 반납했던 제피드를 회사가 어떻게 처리했느냐에도 쏠린다. 이에 JW중외제약은 샘플링한 제피드가 의사에게 견본품으로 제공됐다고 해명했다. 또 이번 사건은 시간이 많이 지난 사안이며,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당시 캠페인은 유관 부문에서 자발적 1회성으로 단기에 걸쳐 진행된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강압적으로 참여를 권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제피드는 현재 생산량이 미미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또 이씨와 김씨는 JW중외제약을 퇴사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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