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규직화 정책 시행 2년간 전환율 5%로 ‘저조’···정부의 ‘정규직화 압박’에 어떤 선택할지 주목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민주일반연맹 조합원들이 처와대 앞에서 지난 10일 공동농성에 들어갔다. / 사진=이준영 기자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민주일반연맹 조합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지난 10일 공동농성에 들어갔다. / 사진=이준영 기자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정책을 시행한 지 2년이 됐으나 전국 14개 국립대 병원의 정규직 전환율은 약 5%로 아직 저조한 상황이다. 이에 대다수 국립대 병원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

최근 정부가 국공립대 병원에 파견용역 노동자의 정규직화 압박을 가하고 있어 정규직화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립대 병원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명 안전과 밀접한 데다 상시 지속적 업무이기 때문에 직접 고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립대 병원들은 직접 고용을 꺼리면서 자회사 방식을 원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7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전환 시기에 관해 ‘파견‧용역직의 경우 현 용역업체와 계약기간 종료 시점에 전환한다’고 밝혔다. 가능한 경우 민간업체와 전환 시기 단축을 협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시행된 지 2년이 돼가고 있으나 전국 14개 국립대 병원의 정규직 전환율은 약 5%에 불과하다. 14개 국립대 병원에서 파견·용역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5234명이다. 이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한 곳은 강릉원주대학교치과병원(6명), 양산부산대병원(241명·2019년 1월 25일 고용노동부 발표 기준) 등 약 247명이다. 정규직 전환율 4.7%다.

자료=고용노동부,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고용노동부,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경북대 치과병원 제외)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특히 국립대 병원의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계획에서 1단계 정규직 전환이 지정된 사람들이다. 공공부문 가운데 가장 먼저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할 대상자였다. 그러나 지금도 대부분이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다.

이는 국립대 병원들이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 시행 후에도 용역업체와 계약을 2번, 3번 계속 연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 계획에 명시된 ‘전환 시기에 관해 파견‧용역직의 경우 현 용역업체와 계약기간 종료 시점에 전환한다’는 원칙과 어긋난다.

◇ 대부분 용역 노동자, 이달 30일 계약 끝나

최근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국립대 병원들에게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또 국립대병원의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용역 계약이 대부분 오는 30일 끝남에 따라 일부 병원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립대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파견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국립대병원들은 다른 병원부터 먼저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며 소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숫자가 가장 많은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은 국립대 병원 정규직화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 두 곳에서 정규직화 논의가 제대로 시작될지, 정규직화 방식은 직접 고용과 자회사 방식 중 어느 것으로 합의될지에 대해 정부와 국립대 병원,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임기가 지난 5월말까지였던 서창석 병원장 시절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주장했다. 반면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생명 안전과 밀접한 것이라며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밝힐 때 그 원칙으로 상시 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정부에 따르면, 상시 지속적 업무란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업무이면서 향후 2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를 말한다. 특히 정부는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밀접한 상시 지속 업무는 직접 고용을 통한 정규직화를 원칙으로 하라고 했다.

국립대 병원의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환자 이송이나 청소, 세탁,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환자들이 사용하는 병실·수술실 등을 소독하고 청소한다. 환자식을 만들고 배식한다. 이에 이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환자의 생명 및 안전과 밀접한 업무라며 직접 고용을 요구한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11일 “국립대 병원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환자의 생명, 안전과 밀접한 업무를 하고 있다. 정부가 밝힌 원칙대로 직접 고용을 해야 한다”며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는 용역업체와 다르지 않아 문제가 많다.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정부와 노사가 합의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장은 “부산대병원의 청소 용역 노동자의 경우 현재 연차수당과 연장수당을 빼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자회사를 만들면 중간에서 용역회사와 같이 관리비와 자회사 직원 인건비 등이 들어간다”며 “청소 노동자의 경우 1인당 용역비와 1인당 실제 받는 인건비 차이는 89만9459원이다. 용역회사의 중간착취를 배제한다면 현재의 예산과 비용 내에서도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 고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료=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국립대 병원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조합은 정규직 전환이 계속 지연될 경우 오는 26일 국립대 병원 파견용역직 2차 공동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5월 21일 각 국립대 병원 1000여 명의 파견용역직 노동자들은 세종시에 있는 교육부 앞에 집결해 결의대회를 열고 하루 동안 1차 총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현지현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조직국장은 “국립대 병원 가운데 한 군데만 직접 고용으로 정규직 전환이 되면 국립대 병원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진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