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손보사 올해 자본 확충 규모 약 5800억원
대부분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권 등 외부 자금 조달···이자 부담↑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자본확충의 상당부분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으로 이뤄져 있어 채권 발행에 대한 보험사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자본확충의 상당부분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으로 이뤄져 있어 채권 발행에 대한 보험사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사진=셔터스톡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자본 확충의 상당 부분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으로 이뤄져 있어 채권 발행에 대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들이 올해 실시한 자본 확충 규모는 약 5800억원에 달한다.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10년 만기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2500억원을 조달했으며 앞서 DB생명과 동양생명이 300억원과 2000억원, 흥국화재와 메리츠화재가 각각 1000억원과 25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하반기에도 자본 확충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화생명은 올 하반기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으며, KDB생명 역시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최대 2400억원 규모의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설 것을 결정했다.

보험사들의 잇단 자본 확충은 오는 2022년 IFRS17 도입에 대비해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 부채를 계약시점 기준 원가가 아닌 매 결산기의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보험사들의 부채 규모가 커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이에 보험사들은 RBC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유상증자 등으로 미리 자본을 쌓아둬야 한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주요 자본 확충 방안으로 활용되는 후순위채 발행과 신종자본증권이 이자 부담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는 유상증자와 달리 외부 자본을 차입하는 방법으로 통상 3~7%가량의 이자가 부과된다.

후순위채는 기업이 파산했을 경우 다른 채권에 비해 상환 순서가 늦어 고위험 채권으로 분류된다.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신용도가 높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 의해 발행되며 위험부담 때문에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후순위채는 자본으로 인정받다가 만기가 5년 이하로 줄어들면 매년 발행금액의 20%씩 자본에서 차감된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 하이브리드 증권이다.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긴 데다 재연장이 가능해 사실상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영구채 성격을 띠고 있다. 때문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으로 인정받는 증권이다. 증권으로 인정받는 만큼 이자비용은 보험사가 적립한 이익잉여금에서 배당 형태로 차감되며, 만기가 따로 없는 만큼 금리가 후순위채보다 높다.

KDB생명의 경우 앞서 지난해 5월 7.5%의 고금리로 216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통상 이자율을 넘어서는 고금리를 약정해 이자비용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DB생명은 올 1분기 발생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이자비용으로만 31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1분기 순이익(100억원)의 약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 올 하반기에 발행이 예정된 2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도 금리가 6%가량 책정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발행으로 자본 확충에 성공하더라도 수익이 이자 부담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보험사는 이익잉여금을 남기기 어렵다. 결국 순이익이 제대로 자본에 귀속되지 못해 유상증자가 아니라면 또다시 외부 자본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원치 않는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의 선택지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밖에 없다”며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높아져도 외부 자금을 조달한 경우 결국 이자비용 부담이 계속돼 자본 확립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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