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상승하던 직업계고 취업률···2017년 53.6%→2019년 34.8%로 하락세
사고 예방 위해 줄인 현장 실습 제도···“직업계고 취업률은 상대적으로 하락”

전국 직업계 고등학교 취업률 추이 / 자료=교육부·대학알리미, 표=이다인 디자이너
전국 직업계 고등학교 취업률 추이 / 자료=교육부·대학알리미, 표=이다인 디자이너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고졸 취업 확대’를 위해 정부가 이른바 선취업·후학습 제도를 마련해 직업계 고등학교(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학생들의 조기 취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이 목표인 직업계 고교의 취업률은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다.

경기 불황, 최저임금 인상에 정부가 현장실습 중 일어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학습 중심 현장 실습 제도’가 겹쳐 직업계 고교 학생들의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초·중등교육 정보공시 사이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2010년 이래 꾸준히 상승했던 직업계 고교 취업률은 2017년 53.6%에서 2018년 44.9%로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는 34.8%로 2년 만에 20%p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졸업생들 10명 중 3명만 취업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경기불황·최저임금 인상, 직업계고 취업 어려움 가중

장기적인 경기불황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고용 불안은 취업이 설립 목적인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현재 직업계 고등학교 재학생은 9만여 명인데, 이미 올해 2월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2009년 이후 최저치인 65.2%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졸 근로자의 대다수가 취업하는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채용을 줄이고 있는 만큼, 직업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고용 참사는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중소기업의 채용 축소는 직업계 고교 학생들의 직격탄이다. 고졸 이하 학력의 상시 근로자 431명 가운데 372명(86%)이 중소기업에 재직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실업자 수는 12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4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전달 대비 0.3%p 올라 4.4%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층(만15세~29세) 실업률은 11.5%, 고졸은 6.5%로 집계됐다.

서울 직업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아무개씨(17)는 “취업 자체가 어려워져서 취업과 대학 진학 모두 고민 중”이라며 “취업만 생각하고 직업계 고교에 왔는데 정작 취업이 어려워 자격증 시험도 공부하면서 대학 진학 시험도 함께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이아무개씨(18)는 “윗학년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며 “직업계 고교도 예전만큼 취업이 잘 되지 않고, 일반 기업에 입사하기엔 고졸 출신 차별이 여전히 존재해 취업이 어려울 것 같은 학생들은 미리 대학 진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현장 실습 제재’,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취업 흐름 단절’

여기에 정부가 급하게 변경한 ‘학습 중심 현장 실습 제도’ 정책도 직업계 고교 학생들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통상 직업계 고교 학생들은 현장 실습 기간 중 월 130~15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실습 기간을 거치고 졸업 후에 곧바로 해당 기업에 채용되곤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2017년 11월 제주도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서 현장 실습 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장 실습 제도 시기를 여름방학 이후에서 겨울방학 이후로 미루고, 실습 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또 정부는 일부 선도 기업에서만 조기 실습할 수 있도록 했는데, 선도 기업이 되려면 20개가 넘는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해서 선뜻 나서는 기업이 거의 없었다.

실제 교육부 조사 결과, 직업계 고교 현장 실습 참여 기업은 2016년 3만1060개, 2017년 1만9709개에서 2019년 1만2266개로 하락했다. 대부분의 직업계 고교 학생들은 졸업 전 현장에서 실습하며 훈련받고 해당 기업에 취업했는데 정부 정책으로 취업 흐름이 끊기게 된 것이다.

서울 한 직업계 고등학교 관계자는 “취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현장실습이 줄어들자 취업률도 하락하게 된 것 같다”며 “취업이 안 되다보니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대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취업을 못한 채 졸업하는 학생도 늘었다. “취업이 안 된다”는 학생들과 일부 학교의 항의로 교육부는 ‘유턴 정책’을 펼치며 올해 초 1년 만에 다시 실습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취업률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 정부의 고졸채용 관심이 줄어든 것도 한몫한다. 과거 정부는 공기업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공공기관 등에서 고졸채용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감시해 한해 평균 공공기관서 약 2000명의 고졸 청년이 채용된 바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고용정책을 전체적인 청년실업 해소에 초점을 맞춰 고졸 취업에 대한 관심은 다소 뒷전으로 밀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남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마이스터고지원센터장은 “고졸 취업자의 안정적인 노동시장 정착을 위해선 상대적으로 열악한 고졸 일자리의 근로여건 특성과 노동시장에서의 다양한 진로개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현 직장에서의 장기근속 유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의 이직 지원까지 정책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며 “노동시장에 이미 진입한 고졸 취업자들을 대상으로 취업정보와 상담을 제공하는 경력개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는 “현장실습 참여 학생의 안전·권익 보호를 강화하고, 불필요하고 중복적인 현장실습 운영절차를 개선해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통해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 교육청 등과 협력해 현장실습 우수기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중등 직업교육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직업계 고교 학생들이 졸업 후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책임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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