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16일 도입···발생 효과 5년간 9045억원 수준
유령주식 사태, HTS·MTS 잦은 오류 등에 전산 시스템 우려 커진 상황
예탁결제원, 각종 테스트 등 통해 안정성 구축 나서

오는 9월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실물증권 발행과 관리비용을 줄이고 거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전산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령주식 사태에서부터 주식 거래 시스템 오류 등 증권업계에서 전산 관련 오류가 빈번하게 나타난 영향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고도화된 테스트를 통해 안정성 강화에 공을 들인다는 방침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제정된 전자증권법에 따라 오는 9월 16일부터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된다. 전자증권제도는 주권이나 채권을 실물로 만들지 않고 전산시스템 내의 데이터로만 보관·관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제도 시행에 따라 상장증권, 집합투자증권, 파생결합증권 등은 일괄 전자증권으로 전환된다.

그동안 실물증권은 인터넷 거래 등이 늘어남에 따라 대부분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실물증권을 제작하고 보관하는 비용은 그대로였다. 게다가 도난 가능성도 존재했다. 이에 실물증권을 없애고 전자증권으로 대체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자증권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되면 예탁원뿐만 아니라 기업·투자자·감독기관의 효용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주 발행 기간 단축에 따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선 권리행사 제약 기간 단축으로 투자 편의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감독기관도 좀 더 효율적으로 자본시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 예탁결제원이 삼일PwC에 맡긴 연구용역에 따르면 전자증권제도 도입으로 얻는 효과는 5년간 약 9045억원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실물증권을 전자증권화할 경우 전산 오류나 해킹 등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증권업계 전산 오류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오류는 올해만 수차례 발생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정보통신기술(IT)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오류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예탁결제원 역시 그런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예탁결제원에 기관주의 등 조치를 내릴 것을 의결했다. 지난해 유진투자증권에서 해외 주식병합이 이뤄지지 않아 병합 전 주식 수가 매도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를 두고 예탁결제원의 해외주식 권리배정 시스템 등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진투자증권 사례뿐만 아니라 지난해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각종 HTS·MTS 오류 발생 등으로 증권업계의 전산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많이 깨져있는 상태다”며 “전자증권 구축 사업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해킹이나 오류 방지 등 안정성에 좀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예탁결제원 역시 전자증권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프로그램 분석과 설계, 개발 작업을 거친 후 현재 증권회사·은행·발행회사·명의개서대행회사·자산운용회사 등 자본시장 참가자 약 300여 개가 참여하는 대내외 시스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5차 테스트가 끝나면 내달 이행테스트를 실시한 다음 9월 중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은 ‘전자증권 시스템 오픈 D-100일’ 결의 행사에서 “전자증권제도 도입은 종이증권 기반의 우리나라 자본시장 패러다임을 대전환시키는 중차대한 역사적 과업이다”며 “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왼쪽에서 7번째)과 예탁결제원 임원진, 전자증권 시스템개발 업체 임직원들이 지난 7일 전자증권 도입 성공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 사진=한국예탁결제원.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왼쪽에서 7번째)과 예탁결제원 임원진, 전자증권 시스템개발 업체 임직원들이 지난 7일 전자증권 도입 성공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 사진=한국예탁결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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