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견제 목적’ 獨·佛 국경초월 ‘배터리프로젝트’ 가동···中·日 업체들도 점유율 확대 추진
업계 “현재로선 우리 기업들과 기술적 격차 커”···“정부 지원 확대와 경쟁 우위 점할 수 있는 기술개발 필요” 지적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세계 3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인 유럽에서 우리 배터리업계의 분발이 촉구된다. 유럽의회 선거서 녹색당이 약진하며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지대한 가운데, 중국·일본 등 경쟁국의 약진과 현지의 자급자족 움직임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은 기존 52석에서 70석으로 의석수를 늘리는데 성공하는 등 유럽 내에서 약진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고급 완성차 브랜드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영향력이 커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인 기독교민주당을 넘어서는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향후 유럽의 전기차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친환경차에 대한 EU(유럽연합) 및 관계당국의 지원이 이어질 것이며, 이 분야에 강점을 보인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낙관하긴 이르다. 중국·일본 등 경쟁국에도 마찬가지 수혜로 작용하는 데다, 유럽 내에서도 배터리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협력사례가 눈에 띈다. 이들 두 나라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목표로 ‘에어버스 배터리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금액만 최대 60억유로다. 우리 돈 8조원에 육박한다. 자동차 등 양국의 유관 제조업체 35개사가 40억유로를, 나머지 금액을 EU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알려진다.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EU의 시장점유율은 약 1%다. 이를 높이겠다는 복안인데 이면에는 아시아 국가들을 견제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올 1월부터 4월까지 사용량에 기초해 추산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10위 업체들을 살펴보면 한·중·일 3국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업체는 올 1월부터 4월까지(누계) 88%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점유율은 소폭 하락(2.0%p)했으나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중국 업체의 약진이 돋보인다. 기존 이 분야 선두였던 일본의 파나소닉을 밀어내고 CATL이 1위다. 이 밖에도 3위 BYD, 5위 AESC, 7위 궈시안, 10위 파라시스 등이 순위에 들었다.

일본은 파나소닉이 2위를 기록한 가운데, PEVE만이 8위에 올라 두 개 업체만이 10위권 내에 들었다. 다만 파나소닉이 21.3%, PEVE가 2.1%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들 두 업체의 점유율 합은 23.4%다. 이는 각각 4·6·9위에 이름을 올린 LG화학(10.4%), 삼성SDI(3.0%), SK이노베이션(2.0%)보다 높은 수치다.

세계 3대 배터리시장은 유럽과 중국, 그리고 북미시장 등이 꼽힌다. 그간 중국 업체들은 내수를 기초로 점유율을 늘렸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합작법인 설립, 인수합병 등 다양한 브랜드 런칭을 계속하고 있으며 중국 외 유럽 등의 시장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상황이다. CATL은 독일에 100GWh 규모의 세계최대 배터리공장을 2026년까지 가동할 계획이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토요타 등 자국 자동차 브랜드와 미국시장에서 강점을 보여 왔지만, 최근엔 유럽 시장에서의 확장을 준비 중이다. 이른바 ‘제2의 반도체’라 불리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되고 향후 우리 수출의 핵심 소재가 될 것이라 공언했던 우리나라 입장에선 이 같은 유럽과 중국 그리고 일본 등의 움직임은 적지 않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우려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독일 등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안다”며 “향후 어찌될지 장담할 순 없는 일이지만 유럽 내에서의 정책적 지원과 관계 기업들의 협업 등이 더해진다 하더라도 현재로선 우리 기업들과 상당한 기술적 격차가 크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을 지키며 이를 더 확대하기 위해서는 관계당국의 지원과 우리 업체들 간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 업체들은 중국에 비해 기술적으로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되지만,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그들”이라며 “중국이 유럽까지 삼킨다면 우리 기업들이 설 자린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 산업 생태계와 국가적 신(新) 수출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소모적 다툼보단 건설적 경쟁이 필요하다”며 “관계당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유럽 및 이웃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점할 수 있는 ‘저렴하고 높은 제품력’을 추구하는 기술개발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