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 상관없이 소송전 자체가 손해···“주주들 지지 얻기 위한 KCGI 공세 계속될 것”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 75차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대한항공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 75차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IATA 집행위원 선출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KCGI(강성부펀드)와 소송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조 회장 입장에선 지면 치명타, 이겨봤자 본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 이번 KCGI의 공세가 앞으로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 회장의 여정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KCGI가 조 회장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한 부분은 조원태 회장의 회장 선임 및 고(故) 조양호 회장 퇴직금 지급과정의 적법성이다. 검사인을 선임토록 해 해당 과정이 적법하게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제 막 IATA에서 집행위원으로 선출된 조 회장은 곧바로 현실로 돌아와 힘겨운 소송전을 벌여야 하게 됐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소송은 이겨도 별 득 될 것이 없는 소송이다. 소송 자체가 이미 마무리 지은 사안에 대해 검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게 될 경우 조 회장으로선 치명타를 입게 된다. 우선 회장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으로 결론 나게 된다면, 당장 그의 그룹에서의 입지 및 경영권 행사의 정당성이 도전받게 된다. 안 그래도 시장에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시작부터 꼬이게 되는 것이다.

고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지급과 관련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현재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흡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이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그 퇴직금 지급 자체에 법적 하자가 있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상속세 확보에 난항을 겪게 된다.

대한항공 측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룹 절차에 따라 조양호 회장에겐 퇴직금 외 위로금도 지급 가능했지만 유족 뜻에 따라 지급하지 않았는데, 되레 소송을 당하니 난감하다는 주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지급 및 조원태 회장 선임은 적법하게 진행한 것이며, KCGI에 대해선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회장은 향후에도 이와 같은 논란을 계속해서 겪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논란 자체가 조 회장에겐 부담이지만, KCGI에겐 손해볼 것이 없는 게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런 소송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조원태 회장 입장에겐 손해”라며 “반면 KCGI는 소송을 벌임으로서 주주들의 대표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와 같은 시도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업계 인사는 “조원태 회장과 KCGI의 싸움은 결국 누가 주주들에게 인정을 받느냐에 달렸다”며 “조 회장이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주주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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