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요기요, GS25-요기요·우버이츠와 배달 서비스 시행 중
도착 시간 예상 어려워 '급한 상황'에선 편의성 떨어져··· 시행 점포, 배달가능 제품 수도 적어 아쉬움↑
최소 배달금액 있는 경우도··· 배달비 2500~3000원 별도 부담

편의점은 배달을 한다. 대부분 모르지만 실제로 한다. 국내 편의점은 4만개다. 일상에서 4만이란 큰 숫자를 체감할 수 있다. 이 편의점에서 저 편의점에 도착하는 데 1분이 채 안 걸리고, 회사 옥상에 올라가는 것보다 회사 근처 편의점에 가는 게 더 빠른 경우에 그렇다. 배달이란 내가 닿지 못하는 것을 내 앞으로 불러오는 일인데, 편의점은 이미 내 앞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배달 서비스를 누가 쓸까? 

누가 쓴다. 지난 4월부터 편의점 배달을 시작한 CU에 따르면, 수도권 30여개 매장을 테스트 한 결과 도시락이나 디저트 등 매출이 최대 10% 이상 오르는 등 추가 매출 효과가 있었다. CU는 반응이 좋자 배달 가능 점포를 지난달 14일부터 전국 단위 1000개로 늘렸다. 재이용율도 3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질세라 GS25도 요기요와 우버이츠를 통해 배달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기자도 써봤다. 때는 점심시간. 모든 직장인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메뉴 선정에 필사의 노력을 다 하는 그 시간이다. 서초구 잠원동 사무직 A씨로 분한 기자는 미세미세 앱이 알려주는 초미세먼지 수치(최악-절대 나가지 마세요)를 보고 점심은 편의점에서 시켜먹기로 결정했다. 편의점 CU 배달을 맡고 있는 요기요 앱에 들어갔다. 

그러나 도시락이 없는 것이다. 편의점은 도시락을 품음으로써 완성되며 기능하는 공간이 아니었던가. 이에 대해 CU는 "포스(POS)에서 배달 상황이나 매장 관리를 모두 할 수 있다"면서 "재고가 없을 경우 이같은 내용이 앱과 연동돼 아예 제품이 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고가 없는 이유로 과자와 음료 몇 개만 사기로 했다. 허쉬초콜릿우유(1000원)를 1개 넣자 1만원을 채워야 주문이 가능하다는 알림이 뜬다. 그제야 옆자리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른 친절한 A씨는 그들에게 줄 음료로 꼬박 1만원을 채웠다.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A씨는 씹는 맛이 좋은 건조 오징어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데워주세요" 요청도 함께 넣었다. 

그럼에도 도시락을 떨칠 수 없었던 A씨. 결국 GS25가 입점한 우버이츠를 실행했고 매진 행렬 가운데 단 하나 남은 도시락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이른바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 사이에서 '고진많 도시락'으로 불리는 제품으로 이름따라 반찬에 '고기가 진짜 많은 게' 특징이다. 도시락 획득에 마음이 기뻤던 A씨는 초코우유까지 덤해 결제를 마쳤다. 도시락을 데워달라는 요청도 잊지 않았다. GS25에는 최소 구매 금액 제한이 없었다. 

곧 초조한 기운이 따랐다. 우버이츠는 결제를 마치면 예상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데, 도착까지 30분이 걸린다는 알림이 온 것이다. 요기요도 배달 소요 시간이 40분임을 알려왔다. A씨의 점심시간은 1시간이다. 고픈 배보다 넘칠 식사 시간이 더욱 걱정되는 A씨였다. 우려도 잠시, 우버이츠 배달기사는 주문 20분만에 "도착했어요" 메시지를 보내왔다. 겅중겅중 뛰어 도시락과 초코우유를 받았다. 역삼동 편의점에서 잠원동 사무실까지 고작 20분이 걸린 것이다.

주문 완료 20분만에 GS25에서 도시락이 도착했다. /사진=권태현PD
주문 완료 20분만에 GS25에서 도시락이 도착했다. /사진=권태현PD

도시락은 차가웠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매장 상황상 '데우기'의 번거로움을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시원한 도시락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유리할 듯하다. 식사를 끝낼때 쯤 요기요 배달기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때는 결제를 마치고 48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기사는 "제가 오늘 처음이라 조금 늦었습니다"고 말했다. 낮최고기온 30도와 최악의 초미세먼지 속에서 달린 그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건조오징어는 차가웠다. 받은 것을 다시 돌려보낼 수 없다는 측면에서 데우기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접는 편이 낫겠다. 

A씨는 "내일도 편의점에서 시켜먹을거야?"라는 옆자리 동료의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조금 전 배달받은 음료를 건넬 뿐이었다. 어쨌든 공기가 청정한 사무실에서 직사광선 한 줌 안 쬐고도 밥을 먹고 디저트를 먹었다는 데 대한 편의를 절감한 A씨였다. 배달비로만 5500원(CU-요기요 3000원, GS25-우버이츠 2500원)이 나갔지만 말이다.  

◇ 아직은 적은 점포수, 제품수

편의점 배달은 편의점 고유의 위치를 그대로 가져간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배송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자 한 개, 컵라면 한 개, 콜라 한 병이 먹고 싶을 때 대형마트나 마켓컬리를 찾을 순 없다. 이들을 당장 무리없이 배달해줄 수 있는 편의점이 바로 이 영역에 존재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위에서 밝힌대로 △데우기 등 요청사항이 묵살될 수 있음 △다소 부담스러운 배달료 외에 '선택 가능한 제품 종류'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재고 현황에 따라 원하는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등을 살 수 없는 건 차치하더라도, 일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생활용품(머리끈, 칫솔, 클렌저, 종이컵 등)은 배달이 안 된다. CU 관계자는 이에 대해 "초기 단계기 때문에 평소 판매량이 많은 상품부터 서비스를 적용했다"면서 "순차적으로 확대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CU는 현재 전국 1000개 점포에서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GS25는 이에 비해 한참 적다. 요기요와 함께 진행하는 매장은 강남 4곳, 우버이츠와 함께하는 매장은 강남구, 광진구, 서대문구 등 4곳으로 총 8곳이다. 

참고로 술과 담배는 영영 배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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