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위원장, 중국 환경장관과 미세먼지 대응 논의차 4~5일 방중
처쥔 中고위지도자 만나···“저장성, 한국 지방 교류 협력 심화해 우호관계 발전시키길” 요청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국내 노력과 중국 공조를 동시에 추진해야”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지난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용재홀에서 열린 ‘CTVBTO-청년 대화’에서 발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용재홀에서 열린 ‘CTVBTO-청년 대화’에서 발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위원장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항저우에 방문했다. 세계 환경의 날 행사를 주관하는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 초청으로 4~5일 이틀간 중국에 머무는 반기문 위원장은 리간지에(李干杰) 중국 환경부 장관과 처쥔(車俊) 고위지도자와의 면담을 갖는다. 심각한 환경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 해결 방안이 도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엔은 1972년 제27차 총회에서 유엔인간환경회의를 기념해 6월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도 1996년부터 매년 6월 5일을 법정기념일인 ‘환경의 날’로 제정해 지구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있다.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창설한 유엔환경계획(UNEP)에선 매년 특정 주제를 선정해 세계 각국 정부와 기구들이 환경보전 행사를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올해 환경의 날 주제는 ‘푸른 하늘을 위한 오늘의 한걸음’이다.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 주제인 ‘대기오염 퇴치(Beat Air Pollution)’에 동참한다는 취지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관계부처 고위 대표단과 함께 4~5일 이틀간 미세먼지 대응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에 방문했다.

5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처쥔 중국 저장성 당서기는 반기문 위원장을 만나 “유엔 사무총장 시절 글로벌 환경 관리를 강화한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며 “발전은 결코 환경을 희생하는 대가로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처쥔 당서기는 “저장성은 그동안 시진핑 주석의 생태문명사상을 심도 있게 실천해 오염방지 공방전을 본격화하고, 아름다운 저장성 건설을 강력하게 추진, 질 높은 발전을 가속화해 단계적 효과를 거뒀다”며 “세계 환경의 날 행사 주최국으로 선정된 항저우는 국제 경험과 전문가의 조언을 충분히 본받고, 주변 지역과의 협력을 강화해 생태문명 건설의 글로벌 정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반기문 위원장은 “저장성은 지난 몇 년동안 경제적인 부분만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생태보호와 생태문명 건설에서도 눈에 띄게 진보했다”며 “저장성은 한국 지방 교류 협력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반 위원장은 “저장성은 생태문명 건설의 경험적 성과를 공유하고 글로벌 환경의 질을 개선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 한국 지방과의 각 분야 교류 협력을 심화시켜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 관영매체 시나(SINA)에 따르면 반 위원장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도 2013~2018년 푸른 하늘을 위한 오늘의 한걸음 목표를 달성한 중국 정부의 환경공기 개선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유엔 기준으로 보면 지금 중국은 환경관리 방면에서 우승한 국가”라면서 “특히 2013년부터 2017년, 5년동안 중국은 공기 품질 개선을 촉진해 50% 가까이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3년부터 중국은 환경 보호법, 대기오염 방지법 등 여러 가지 법규를 개정해 시행해왔고, 대기 환경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좋은 효과를 거뒀다”며 “중국 지도자들이 환경을 잘 다스리고, 중국 정부가 공기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에서 일치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른 국가들이 본받을 만하다”고 역설했다.

우리 정부는 미세먼지 대응에 사상 처음 1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미세먼지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총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가운데 1조5000억원을 미세먼지 저감 사업에 사용키로 했다. 미세먼지 저감 사업 추경안으로 정부는 ▲미세먼지 배출원 감축 ▲국내외 미세먼지 측정·감시 강화 ▲친환경차 보급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현안 대응에 1조원이 넘는 추경안이 편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으로 올해 미세먼지 배출량 7000t을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앞서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4만t을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올해에만 1만t을 감축해 총 배출량 28만4000t을 예상했는데, 7000t을 추가로 감축하면 배출량은 총 27만7000t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맡은 반기문은 우선 다음 번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올해 12월~내년 3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반 위원장은 방중 기간 중 리간지에 생태환경부 장관과의 면담에서도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중국의 공조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미세먼지 현황과 국제공조 방안 세미나’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책임 공방을 벌이기보다는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국내 노력과 중국 공조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블레임 게임(blame game·어떤 사안에 대해 서로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일)을 할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반 위원장은 중국 일정을 마친 후 싱가포르로 옮겨 미세먼지를 비롯한 기후·환경 현안에 대한 국제협력을 도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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