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김동관 지분매각 통해 SI 계열사 ‘지키기’···계륵된 단체급식 삼성웰스토리 등 매각설 솔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주요 대기업들이 계열사 옥석 가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어떤 계열사를 지켜야 할지를 두고 신중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오는 14일 취임 3년 차를 맞게 된다. 지난 2년간 김 위원장은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를 근절하겠다며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배구조에 다소간의 변화를 줬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상장사와 20%를 넘는 비상장사의 경우,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연매출 12% 미만 한도 내에서는 내부거래가 가능하다. 자연히 지배구조 개편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지키고자 했던 사업들이 속속 눈에 띄었다. 시스템통합(SI) 사업이 대표적이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대기업 계열사들 중 SI사업을 벌이고 있는 주요 업체로는 △삼성SDS △현대오토에버 △SK △LG CNS △롯데정보통신 △한화시스템 △신세계I&C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총수 일가 지분을 대폭 낮추거나 없애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17.5%의 지분을 보유했던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지난 3월 상장 과정에서 지분율을 9.57%로 낮췄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씨 등은 각각 50%·25%·25% 지분을 보유했던 한화S&C와 한화시스템 합병 과정에서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방식을 택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SI사업이 각 대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을 방증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 SI업체 관계자는 “사실 SI사업은 그룹 내 보안과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외주를 줄 수가 없는 형편”이라면서 “자연히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주주 지분을 낮춰 우선적으로 규제를 피한 것”이라 설명했다.

규제는 피했지만 전체 대기업의 내부거래액은 줄어들지 않았다.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 지정 59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49개 그룹의 계열사 184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내부거래 총액은 176조5393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 대비 3.8% 늘어난 수치다. 193개 규제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금액만 31.7% 감소했다.

일각에선 김상조 위원장 취임 3년 차를 맞아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근절을 넘어 전 방위적 내부거래 규제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단체급식·식자재유통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의 매각이 점쳐진다. 대부분 소속 그룹의 주요 사업군도 아닐뿐더러 내부거래 비중이 작지 않고, 그룹 내 매출·이익 등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통상적으로 단체급식·식자재유통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의 경우 그룹 내 급식사업을 도맡는 경우가 많다. 해당 업계 1위는 삼성웰스토리다. 업계 1위임에도 수년간 꾸준히 매각설이 돌고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이기에 더욱 그렇다.

또 삼성웰스토리는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삼성그룹 안에서 첫 단체교섭을 이룬 노조가 존재하는 곳이다. 노조는 조리사·영양사 중심으로 구성됐다. 증권가에선 사업 유관성 등을 이유로 호텔신라의 인수를 점치기도 한다. 사업성마저 낮은 상황에서 삼성그룹 반노조 정책을 고수하는 기업 분위기 등을 감안했을 때 외부 매각이 실시될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최근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외식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에 나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측이 이르면 이달부터 매각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한화 측은 시사저널e와 가진 통화에서 “현재로선 매각 추진 여부와 관련해선 언급할 만한 요인이 없다”며 “상당히 유동적”이라고만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내부거래 비중이 관건”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웰스토리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매각 물망에 오른 이유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아워홈의 경우 범LG그룹 급식사업을 맡다 보니 내부거래 비중이 떨어지고, 범현대그룹 일감을 받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그린푸드도 마찬가지”라고 소개했다.

또 “정부가 대기업에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할수록 조리사·영양사 등 관련업계에 속한 대다수는 맘을 졸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대기업 종사자들일수록 더욱 그런데, 사업적 매력도 떨어지고 외주를 준다 해도 별다른 우려가 없는 사업이라 그룹 내에서도 점점 계륵(鷄肋)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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