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펀드, 올들어 해외 지역 펀드 중 유일하게 설정액 증가
여전한 경제 성장 기대감에 다른 신흥국 대비 낮은 리스크 부각
자산운용사들도 베트남 투자 수요 노린 펀드 연이어 출시

베트남 펀드에 투자자금이 계속해서 유입하고 있다. / 표=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베트남 펀드에 투자자금이 계속해서 유입하고 있다. 자료는 지난 4일 기준. / 표=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에 해외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유독 베트남 펀드에만 설정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베트남 펀드는 최근 수익률이 좋지 못한 상황이지만 투자자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경제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살아 있는 데다 신흥국 중에서 그나마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베트남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 18곳에 최근 6개월동안 1582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최근 3개월 기준으로도 373억원의 설정액 증가가 있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1조4400억원대였던 베트남 펀드 전체 설정액은 1조5884억원으로 증가하게 됐다. 

해외 지역별 펀드 중에서 올들어 설정액이 증가한 건 베트남이 유일하다. 중국 펀드는 올들어 설정액이 3620억원 가량 빠져나갔다. 이는 해외 지역 중에서 가장 유출 규모가 큰 것이다. 다른 신흥국인 인도와 브라질 역시 각각 427억원, 189억원의 설정액 감소가 있었다. 선진국 펀드인 북미와 유럽 펀드도 각각 1706억원, 1615억원의 자금이 환매됐다. 최근 3개월로 시기를 좁히더라도 해외 지역 펀드 중에서 베트남이 유일하게 설정액이 증가했다.

베트남 펀드의 성적표가 다른 국가 대비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실제 베트남 펀드는 올들어 평균 3.66%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인 12.3%에 크게 못미친다. 같은 기간 인도 펀드의 경우 13.92%, 러시아는 17.11%, 브라질은 10.95%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중 무역 분쟁 타격을 그대로 받은 중국도 연초 이후 16.83%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도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은 -2.82%로 하위권에 속한다.   

개별 펀드를 살펴보더라도 설정액 규모가 가장 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A)’는 올해 수익률은 1.95%에 그친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6.32%다. 유리자산운용의 ‘유리베트남알파증권자투자신탁[주식]_C/A’ 역시 올들어 4.27% 수익률을 보이고 있고 최근 3개월 기준으로는 -6.24% 수익률로 부진하다. 미래자산운용의 ‘미래에셋베트남증권자투자신탁 1(H-USD)(주식-파생형)종류A’도 연초 이후와 3개월 수익률이 각각 5.82%, -5.66%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결국 베트남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은 지난해 7.0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향후 10년간 매년 6%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안에 외국인의 국영기업 주식 소유 제한(최대 49%)도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리스크 측면에서도 다른 신흥국 대비 긍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분쟁 스파링 상대이고 브라질은 연금개혁 지연 등이 리스크로 남아있다. 인도는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거됐지만 그동안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점, 양극화와 높은 실업률 등이 부담이다”라며 “베트남 역시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펀더멘탈이 건실하고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밝혔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베트남 펀드 출시 움직임도 이같은 분석을 대변한다. 전날 NH-아문디자산운용은 베트남 VN30지수를 기초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업계에서 처음으로 내놨다. KB자산운용도 지난 4월 국내 첫 베트남 익덱스 펀드인 ‘KB스타베트남VN30인덱스펀드’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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