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손실비용만 수억원···“공기 맞추려면 서둘러야···안전·품질 문제 발생할 수도”
노조 눈치 보느라 인력 대체는 ‘언감생심’
“정부·노조 이견 좁히지 못하면서 파업 장기화될 듯”

타원크레인 노조의 파업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사지연에 따른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 사진=길해성 기자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이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건설사들의 근심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타워크레인이 멈춘 일부 현장의 공사지연이 불가피해지면서다. 건설사들은 공백이 생긴 만큼 발생할 인력 추가비용과 금융비용 이자, 안전문제 등에 우려를 나타냈다. 핵심 쟁점인 ‘소형 타워크레인 금지’에 대해 정부와 노조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현장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하루만 파업해도 수억원 손해···“공기 맞추려면 서둘러서 공사해야···근로자 안전·아파트 품질 우려”

5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는 현재 서울·부산·인천·대구·경기 등 전국 2500개 타워크레인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두 노조는 임금인상과 무인 소형 타워크레인 철폐를 요구했다. 이에 전국 타워크레인의 80% 가량이 가동을 멈추면서 공사현장도 비상이 걸렸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우려가 큰 부분은 공사지연이다. 공백이 생긴 만큼 건설사들이 내야하는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있어서다. 공기(공사기간)를 맞추기 위해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비용과 금융비용 이자 등을 모두 건설사들이 떠안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입주 일정이 미뤄지면 입주 지체에 따른 보상금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사비 2000억원, 공사기간 2년7개월, 아파트 공사라면 하루에 2억원(공사장비 임대비용, 금융비용 이자 등을 포함) 가량 소요된다. 여기에 공사가 준공일정을 넘길 경우 금리 0.1%를 적용한 지체보상금은 2억원이다. 공사가 일주일 가량 지체된다면 건설사들은 30억원(4억원x7일) 가량 손해를 보는 셈이다. 아울러 시공사와 조합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현장의 경우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도 늘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근로자들의 안전과 아파트 품질부분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기를 맞추기 위해 서둘러서 인력을 투입하다보면 안전문제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촉박하게 공사를 진행할 경우 아파트의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공사지연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는 셈이다”고 덧붙였다.

◇노조 눈치에 인력 대체는 ‘언감생심’···정부·노조, 소형크레인 두고 이견 못 좁혀 파업 장기화 가능성도

상황이 이렇지만 건설사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타워크레인 노조의 협상 당사자는 ‘타워크레인 임대운영협회’이기 때문이다. 타워크레인 임대운영협회는 건설사들에게 장비과 인력을 제공하는 협회다. 쟁점이 된 무인 소형 타워크레인은 3톤 미만 자재를 들어 올릴 때 쓰는 장비다. 주로 10층 이하의 건물을 짓는 현장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대형현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건설사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건설사들은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타워크레인에 대한 대체 인력도 쓸 수 없는 실정이다. 타워크레인은 건설 기초단계인 골조공사를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타워크레인이 없이는 건물 뼈대를 세울 수 없어 다른 작업을 사실상 어렵다. 이런 타워크레인의 배치와 인력은 대부분 노조가 결정한다. 건설현장의 오래된 관행이다. 현장에서는 노조에게 미운털이 박히면 시위나 ‘보이콧’으로 이어져 공사 진행에 차질이 생긴다고 말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한 지방 공사현장에서는 노조에 소속된 타워크레인 기사를 쓰라며 고공시위를 벌여 공사현장 전체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노조는 건들이면 안 된다는 게 업계 관행”이라고 귀띔했다. 

건설사들은 핵심 쟁점인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을 두고 노조와 정부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현장 퇴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안전대책은 마련하겠지만 퇴출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무인 소형 타워크레인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밥그릇’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공사현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무인 장비의 등장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내 수주물량이 급감하면서, 올해 타워크레인 설치 현장이 크게 줄었다”며 “앞으로 경기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파업도 일자리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또 현재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은 대형건설현장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기술이 더 발달하면 도입하는 현장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노조의 반발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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