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 최 대표에 글로벌 판로 개척도 기대···백인환 전무 대권 승계 과도기 역할 수행할 전망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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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최태홍 대원제약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연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3000억원에 못 미치는 실적을 올렸던 대원제약이 매출 목표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5일 대원제약에 따르면, 지난 3일자로 최태홍 전 보령제약 대표이사 사장을 신임 대표로 영입했다. 신임 최태홍 대표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미국 마이애미대학 약학대학원 약리학 박사과정을 거쳤다. 지난 1987년 한국얀센에 입사한 후 부사장과 한국·홍콩 얀센 총괄사장, 북아시아지역 총괄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 올 3월까지 7년간 보령제약 대표이사를 지냈다. 

최 대표는 “대원제약은 연매출 5000억원 조기 달성 등 한 단계 도약을 위해 글로벌 판로 개척 및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한 매출 기반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취임 일성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우선 최 대표가 언급한 목표의 핵심은 연매출 5000억원 조기 달성으로 풀이된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2866억5200만원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전년 대비 7.98%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307억4500만원으로 21.55% 늘어났다.

최근 5년간 대원제약 매출액 추이를 보면, 지난 2014년 1820억여 원에서 2015년 2162억여 원, 2016년 2047억여 원, 2017년 2655억여 원이다. 2015년 연매출 2000억원대 고지에 올라선 후 지난해까지 3000억원 달성에 실패한 상태다. 올 1분기에는 763억9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7.2% 성장한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79억13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4% 하락하는 부진을 보였다. 

일단 최 대표는 기존 대표 품목을 위주로 한 매출 향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원제약의 최고 매출 품목은 해열소염진통제 펠루비다. 펠루비는 지난 2014년 46억여 원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245억3500만원의 매출을 올려 대원제약 총매출의 8.6%를 점유했다. 매출 2위는 진해거담제 코대원포르테다. 역시 지난 2014년 75억여 원에 불과했던 코대원포르테 매출은 2018년 215억1800만원을 기록하며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대원제약은 이 2개 품목을 중심으로 전체의 15%가 넘는 대표 품목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2개의 대표 품목을 잇는 품목 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매출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소화성궤양용제 에스원엠프가 전체의 4.1%를 점유한 데 이어 △동맥경화용제 리피원 △소화성궤양용제 오티렌 △기타 항생물질제제 클래신 △기타 중추신경용약 알포콜린 △진해거담제 프리비투스 등이 전체 매출 가운데 3%대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펠루비와 코대원포르테를 제외하곤 뚜렷한 대표 품목이 없는 구조를 변화시켜 다양한 매출 상위권 품목을 양산해야 하는 과제를 최 대표가 안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최 대표가 강조한 글로벌 판로 개척, 즉 수출은 대원제약 매출을 당장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대원제약의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2.2%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 1분기에도 수출액은 17억여 원으로, 2%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최 대표는 보령제약 근무 시절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 수출 계약을 여러 건 달성하는 등 실적을 올린 바 있다. 과거 얀센에서 근무할 때 북아시아지역 총괄사장을 역임하는 등 글로벌 시장 판도를 분석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밖에도 최 대표는 사실상 대원제약 후계자로 결정된 백인환 전무 체제로 가는 길목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대원제약은 지난 2008년부터 창업주의 장남인 백승호 회장(1956년생)과 차남인 백승열 부회장(1959년생)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 흔치 않은 형제 경영으로 유명하다.

백 회장과 백 부회장은 슬하에 각각 2남씩을 두고 있다. 백 회장의 아들은 장남 백인환 전무(1984년생), 차남 백인성씨다. 백 부회장의 장남은 백인영씨, 차남은 백인재씨다. 이들 3세 중 경영수업은 유일하게 백 전무만 받고 있다. 백 전무는 미국 매사추세츠에 소재한 브랜다이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등 글로벌 감각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경험을 갖춘 최 대표 영입이 그의 경영수업에 일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령제약과 대원제약이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지만 능력과 실력을 갖춘 최 대표가 대원에서도 우수한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당장 연매출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관심거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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