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사한 검찰 “수령자 확인 불가”···3번 수사에도 증거 못 찾아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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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신한금융 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지만 수령자와 그 명목 등을 특정하지 못하면서 사건 규명에 실패했다. 검찰은 이 사건 관련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재판에 넘겼을 뿐이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검사 노만석)는 전날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한 남산 3억원 의혹 사건 수사결과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의 지시에 따라 현금 3억원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전달된 사실은 확인되지만 수령자와 수령명목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2010년과 2012년 검찰이 뇌물 혐의나 정치자금법 위반 정황을 파악하고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과거사위 지적에 대해 “수사 미진으로 볼 만한 정황이 없다”고 했다.

다만 검찰은 신한금융 사건 관련 위증 혐의로 신상훈 전 사장과 이백순 전 행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당시 직원 3명을 약식기소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등 8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 신한금융 ‘남산 3억원 의혹’은?

신한금융 남산 3억원 의혹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8년 2월 신한금융지주가 비자금 3억원을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성명 불상의 제3자’에게 전달했다는 사건이다. 당시 이 돈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사건은 2010년 9월 ‘신한사태’로 불리는 내부 경영권 분쟁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라응찬 전 회장과 이백순 전 은행장은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 등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라 전 회장 등은 ▲신상훈 전 은행장 등이 2005년~2009년 5년간 이희건 신한금융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15억6600만원을 횡령해 비자금으로 유용해 횡령했다 ▲신상훈 전 은행장 등이 2006년 금강산랜드 주식회사에 228억원, 2007년 주식회사 투모로에 210억원 대출해 줘 회사돈을 배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 전 행장은 횡령 혐의액 15억6600만원의 일부인 남산 3억원 의혹 관련 보전·정산 자금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는다.

당시 법원은 15억6600만원이 이희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지급된 돈이라고 판단하면서도, 2008년 경영자문료 5억4600만원 중 2억6100만원이 임의로 부풀려 책정된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2007년 및 2009년도 경영자문료가 3억원인데 비해 2008년 경영자문료가 5억4600만원으로 큰 폭 증액된 점을 지적했다. ‘남산 3억원 의혹’ 사건의 3억 원을 충당하기 위해 신 전 사장이 돌려쓴 돈으로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는 결론이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하지만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 사건 재수사를 검찰에 의뢰한다.

과거사위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당시 핵심 참고인인 이희건 명예회장에 대한 조사 시도조차 하지 않은 점 ▲15억6600만원의 용처도 규명하지 않고 무리하게 기소한 점 ▲신 전 행장이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경영자문료 중 상당 금액이 라 전 회장의 변호사 비용 및 남산 3억원 자금 보전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라 전 회장을 ‘혐의없음’ 처분한 점 ▲재판 과정에서 신한금융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이 신 전 사장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조직적으로 한 정황을 검찰이 파악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검찰권 남용이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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