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년, 신혼부부 대상 1% 금리 제공···“고금리 예·적금 조건 잘 살펴야”

한 시중은행의 대출창구/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의 대출창구/사진=연합뉴스

#최근 직장인 A씨는 은행 대출업무 처리 중에 생소한 경험을 했다. 목돈이 생겨 현재 가지고 있는 대출을 상환하고자 은행원과 상담을 했으나 지금 당장 상환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 이용 중인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상품이 1%대 초저금리로 지원되는만큼 현재 가지고 있는 자금을 적금 등에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설명이었다.

정부의 금융소외계층 지원확대와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 상승이 맞물려 일부 채무자들이 의도적으로 중도 상환을 미루는 이색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취업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을 위한 정부 지원 전세대출상품들이 연일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 상품은 연소득과 연령 등 일부 조건만을 충족하면 1%대에 낮은 금리로 전세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타 상품에 비해 상환 부담도 덜하다.

중소기업취업 청년 대출의 경우 1.2%의 고정금리로 최대 4년 동안 이용할 수 있으며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대출은 소득과 보증금 규모에 따라 1.2%에서 2.1%의 금리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만약 자녀가 있으면 1.2%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 받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금융위는 지난달 27일 지원 대상을 넓힌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대출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초저금리 대출상품이 확대됨에 따라 일부 금융소비자들이 자금이 있음에도 중도상환을 하지 않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수년간 금리인상기를 지나며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출 자격에 예금 자산은 포함되지 않아 자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고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에 따르면 이달 1주차 은행 정기적금 최고 금리는 4%대에 달한다. 한국산업은행의 ‘데일리플러스 자유적금’은 우대 조건 포함 4.05%까지 금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은행권 주요 고금리 적금 상품/자료=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한눈에’,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은행권 주요 고금리 적금 상품/자료=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한눈에’,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중은행 중에서도 ‘스무살 우리적금’(우리은행)과 ‘내집 마련 더블업 적금’(KEB하나은행), ‘신한 두배드림 적금’(신한은행) 등이 각각 3.70%, 3.30%, 3.00%의 최고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웰컴저축은행의 ‘WELCOME 체크플러스2 m정기적금’이 4.50%의 최고금리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은행권의 부담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지원 대출 상품은 은행이 창구업무를 대행해주는 개념으로 재원은 정부로부터 마련된다”며 “대출금이 늘어나거나 상환되지 않는다고 해도 리스크 관리 업무와 비용이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순 금리 비교만으로 자금 운용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금리가 높은 적금 상품의 경우 월 납입액이 한정돼 있는 경우도 있어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이문이 많지 않을 수 있다”며 “이자에 대한 세금을 계산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대 금리 조건과 세후 이율 등을 잘 따져보고 실제 이익이 크지 않으면 대출금을 빨리 상환하는 것이 안정성 측면에서 좋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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