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영화‘기생충’이 절찬리에 상영중이다. 영화는 개봉 4일만에 300만명을 돌파했으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특수 효과 때문이다. ‘기생충'은 순제작비 135억원으로 극장 관객 손익분기점은 370만명 가량이다.

‘기생충’은 식구 전체가 백수인 가난한 가족의 아들이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부자 집에 발을 들이면서 두 가족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의 극단의 양쪽,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대비해 계급의 갈등을 쉽고 깊이 있게 그린 블랙 코미디다.

‘기생충’이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거둔 성과는 대단하다. 우선 한국영화의 100년의 한을 풀었다. 세계 영화제 가운데서도 최정상인 칸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 대상을 수상하면서 우리 영화계의 오랜 숙원에 답했다. 그간 칸영화제 콤플렉스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일본영화는 지난해 ‘어느 가족’ 까지 역대 5번이나 칸의 황금 종려상을 수상했다. ‘어느 가족’역시 현대적인 가족의 의미를 성찰한 작품이다.

‘기생충’에 대한 국내 극장가의 초반 반응은 폭발적이다. 다만 칸 영화제 주요 부문에서 수상한 역대 영화들이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대중성은 떨어지는 징크스가  변수다. 그간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시작으로 ‘기생충’까지 총 17편의 작품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었는데,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만 300만 관객을 동원했지, 전도연이 2007년 여우주연상을 ‘밀양’은 160만명, 2009년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는  200만명을 기록했을 뿐이다. 두 영화 모두 손익분기점은 넘겼다. ‘시’의 이창동 감독은 2010년 각본상을 받았으나 누적 관객수가 20만명에 그쳤다.

칸영화제 수상작 뿐만아니라 미국 아카데미, 베니스, 베를린등 다른 영화제의 수상작도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게 사실. 어렵고 심각하고 지루하다는 대중들의 반응 때문이다. 그전에는 물론이고 80, 90년대만 하더라도 ‘플래툰’ ‘아웃 오브 아프리카’ ‘미션’ ‘쉰들러 리스트’ 등 국제영화제 수상작이 큰 돈을 번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들어 우리 관객들의 취향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그동안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영화를 선보여왔기 때문에 지난 칸 수상작들보다는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봉 감독의 2005년작 ‘괴물’은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2013년 개봉한 ‘설국열차’도 935만 관객을 동원했다.

어쨌든 ‘기생충’ 은 투자 배급사인 CJ ENM에게 큰 수익을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0개국가까이에 先판매된 영화는 3년간 영화사업 적자도 어느 정도는 만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CJ ENM의 영화 부문은 지난 2015년 '베테랑' '국제시장' 이후엔 실적이 좋지 않았는데 특히 잘 나간  방송 부문과 비교해 더 초라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방송 부문이 465억원의 이익을 올린 반면, 영화 부문은 239억원의 적자를, 2017년에도 방송 부문은 영업이익이 618억원, 영화부문은 영업손실이 9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지난해 영화 부문의 적자가 9억원으로 줄여 나름 성과를 냈으나 워낙이 방송 부문이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등이 1115억원을 흑자내 생색을 낼수 없었다. 여기에 올해 영화 '극한직업'이 188억원의 이익을 내 한층 고무돼 있다.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크게 인정받은 ‘기생충’이 초반 흥행에 이어 뒷심까지 발휘할 경우 문화예술적인 평가에 산업적인 과실도 얻게 돼 영화를 포함한 우리 영상산업 전체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그간 우리 관객들의 ‘수상작은 재미없다’ 는 편향된 인식을 바꾸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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