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TA 집행위원 선출과 산적한 국내 현안은 ‘별개’···주주들에게 자신감 있는 모습 보여준 점은 긍정 평가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 75차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대한항공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 75차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대한항공

“(상속 문제가) 협의가 완료됐다고는 말씀은 못 드리지만, 잘 진행되고 있는 거 같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결과를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국토부가 요구한 사안들을 진에어가 모두 충족했다고 생각한다. 국토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연차총회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모습은 거침이 없었다. 일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지만, 대체적으로 주요 현안들에 대해 에두르지 않고 답을 내놨다. 조 회장을 두고 IATA를 통해 국제적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여전히 국내 과제가 산적해 있어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주목된다.

IATA는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항공업계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항공 부문에서 영향력이 큰 단체다.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축구 부문으로 따지면 FIFA와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위상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항공 운영 관련 주요 정책들이 이곳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항공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국내에선 불명예스러운 내홍을 겪었지만 세계적으로는 항공업계의 거물이었다. IATA 연차총회가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도 조양호 회장의 업적으로 여겨진다.

이번 IATA 연차총회에선 조원태 회장이 집행위원에 선정됐다, 전 세계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중 31명만이 집행위원이 되는데, IATA 활동 방향을 정하고 산하 기관의 활동을 감독하며 사무총장 선임, 연간 예산, 회원사 자격 등을 심사하고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세계 항공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 된 것이다.

항공업계에선 그의 IATA 집행위원 선정이 국내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 다만 여전히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가 직접 거론한 대로 상속 문제가 아직 가족들 사이에서 마무리되지 않았고, 향후 경영권을 놓고 승부를 벌여야 하는 KCGI는 여전히 지분을 늘리며 한진 일가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IATA에서 국제적 입지를 다졌지만 그가 처한 국내의 현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며 “IATA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것과 국내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것은 별개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IATA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일부 주주들에게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IATA에서 조원태 회장이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회장으로서 직면한 문제들을 마냥 피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주주들에게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