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공백기· 첫 순위 등 부담 불가피···“금감원, 인식 전환 필요해” 조언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종합검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은 과거와는 다른 유인부합적 종합검사 방식으로 금융사의 수검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대규모 검사에 따른 부담감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부터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했다. 종합검사는 지난 2015년 이후 사실상 폐지된 제도였지만 윤 원장 취임 후 부활이 결정됐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고객이 가장 많고 지난 2017년 이후 한동안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첫 피검기관이 됐다. 보험권에서는 한화생명과 메리츠화재가 이달 중순부터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윤석헌식 종합검사의 가장 큰 특징은 ‘유인부합적 방식’이다. 금융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마련한 기준을 바탕으로 금융사를 사전평가한 후 미흡한 회사들에 대해서만 종합검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거에는 주기에 따라 피검회사가 관행적으로 정해졌으며 대규모 인력이 금융사의 모든 부문을 살펴보는 저인망식으로 이뤄져 금융사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한 금감원은 중대한 지적사항이 없거나 검사 결과가 우수한 금융사에 대해서 다음해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인센티브도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종합검사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고 있다.

종합검사를 앞두고 있는 한 금융사의 관계자는 “긴 공백기 이후 다시 시작하는 만큼 검사 범위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며 “금감원은 ‘문제 찾기’가 아닌 컨설팅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종합검사라는 이름이 붙다 보니 관심이 너무 커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외부 관계자가 회사의 속사정을 들여다본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고 발생을 예방한다는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기 때문에 수검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 역시 “수검을 하는 입장에서 입장을 말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성실히 검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금감원이 과거 방식을 부활시키기보다 시대 변화에 맞춰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냈던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는 금감원이 피검기관의 ‘규제준수비용’도 감안해 검사를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종합검사 등의 거창한 이름을 붙여 강도 높은 검사를 시행하면 감독이야 잘 되겠지만 금융사의 다른 역할은 미흡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사는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동시에 생산성과 주주 가치, 고객만족도 등을 높여야 한다”며 “금감원은 금융사를 아래로 보고 혼낸다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함께 돕는다’는 쪽으로 인식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합검사가 회사 경영에 미칠 부작용도 지적했다. 윤 교수는 “강도 높은 검사가 나오면 모든 기본적 경영 자원이 거기에 몰두될 수밖에 없다”며 “정상적인 업무가 안 되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미뤄질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진출과 혁신에 몰두해야 할 금융사들의 발이 묶이게 되면 전반적인 금융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상시검사 체제, IT 기법 도입 등으로 금융사의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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