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준 34세 미만인데···K-Move스쿨에 매년 만34세 이상 포함돼
“현행 해외취업 정책상 34세 이상 위한 제도는 따로 없어”
전문가들 “청년 취업률 올리기 위한 목적···제도 설계 점검 필요”

정부가 청년들의 해외 취업 및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 중인 ‘케이무브(K-Move)스쿨’ 사업에 35세 이상도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 자료=한국산업인력공단,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2016~2018년 K-Move스쿨 해외취업 현황. / 자료=한국산업인력공단,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정부가 청년들의 해외 취업 및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 중인 ‘K-Move스쿨’ 사업에 만34세 이상도 포함돼 청년 해외 취업 사업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청년 기준을 만15~34세로 보고 있는데, K-Move스쿨의 미비한 정책으로 청년들로부터 빛을 보지 못해 비(非)청년인 만34세 이상도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집계한 2016~2018년 최근 3년간 K-Move스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총 5783명이 해외취업을 했다. 구체적으론 만29세 이하는 4778명, 만30~34세는 822명이다. 이 중 만34세 이상은 183명에 달했다.

만34세 이상이 취업한 경우는 2016년 136명, 2017년 171명, 2018년 183명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앞서 2014년엔 1952년생이 K-Move스쿨에 선발돼 해외로 취업한 바 있다.

K-Move스쿨은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돕는다는 취지로 마련된 정부의 해외취업 지원 사업이다. 해외취업 연수와 알선, 취업 장려금 지급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는 지난 2013년 정부 각 부처가 해오던 해외취업 지원사업을 재정비해 통합한 것이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나이에 해당하는 청년은 만15세 이상 만29세 이하다. 다만 법 제5조제1항에 따라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는 경우엔 만15세 이상 만34세 이하로 지정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인기 없는 K-Move스쿨, 만34세 이상도 참여 허용

하지만 정부는 청년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만34세 이상의 신청자도 매년 K-Move스쿨 사업에 참여시키고 있다. 전체 인원 중 30% 이내의 범위에서 만34세 이상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는 게 해당 사업을 맡고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측 입장이다. 특히 30% 이내의 범위에선 K-Move스쿨에 참여하기 원하는 만34세 이상이라면 누구든 참여 가능하다.

기자가 “K-Move스쿨에 (청년이 아닌) 만34세 이상도 선발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한국산업인력공단 측은 “청년 기준인 만34세 이하와 이상을 따로 나눠 선발하면 좋겠지만, 고용노동부에서 해외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연수사업은 K-Move스쿨 외엔 없다”며 “만34세 이상 연령을 위한 별도 과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현성 한국산업인력공단 과장은 “만34세 이상의 해외취업 연수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어 일부 예외 규정을 두고 청년 외 참여도 허용하고 있다”며 “다만 청년의 참여 비율을 약 98%로해 만34세 이상 연령의 참여율은 높지 않다”고 해명했다.

“역으로 만34세 이상의 참여자 때문에 청년들이 K-Move스쿨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불이익 받은 경우도 있냐”고 묻자 김 과장은 “사업 대상 자체가 청년이기 때문에 선발 우선 순위는 청년”이라며 “(만34세 이상 선발 때문에) 선발 탈락이나 불이익 받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만약 50대가 K-Move스쿨에 신청한다면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렇다”며 “전체 인원 중 30% 이내에 한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K-Move스쿨에 참여했던 대학생 성아무개씨(28)는 K-Move스쿨이 사실 청년들 사이에선 큰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고 했다. 성씨는 “K-Move스쿨에서 6개월 정도 교육을 받고 일본 IT기업에 들어갔는데,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니 현지에서 약속했던 금액의 80%만 받았다”며 “정부는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지 상황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기관을 통해서 해외취업을 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나 금액을 받지 못하다보니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해외취업의 일자리, 임금을 개선시켜 청년들의 참여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K-Move스쿨 참여자 유아무개씨(29)는 K-Move스쿨의 문제점을 비정규직과 낮은 수준의 연봉으로 꼽았다. 유씨는 “해외 경험을 쌓기 위해 K-Move스쿨에 참여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해외 기업에 취업하려는 것”이라며 “대부분은 비정규직에 낮은 수준의 연봉, 아르바이트에 불과한 일자리에 내몰린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K-Move스쿨 일자리가 개선됐다고는 하는데, 참여했던 사람들의 후기만 봐도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며 “이런 비관적인 이야기만 들리는데 누가 하고 싶겠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인력공단 측은 K-Move스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 기준을 높이고 일자리를 주선하는 에이전시를 정비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진출 관련 기준을 강화시켜 이전보다 해외취업 기준이 명확해졌다”며 “질 좋은 일자리, 연봉을 해당 국가 평균 이상으로 책정해 청년들이 해외에 나가 보다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밝혔다.

◇취업성과에 목적 둔 K-Move스쿨, 정책 개선 필요 지적도

일각에서는 K-Move스쿨 대상을 청년층으로 한정짓는 게 문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만34세 이상, 즉 비청년도 포함된 것은 결국 정부가 청년 해외취업 지원 사업으로 취업률을 높이는 목표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해외취업을 알선하는 민간 직업소개업체는 정부의 취업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대학들은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책정된 예산을 사용하며 일단 취업을 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코트라는 해외 K-Move센터 운영과 글로벌취업박람회에 매년 예산을 올려왔다. 2014년 17억5000만원에서 2015년 25억원, 2016년 39억원, 2017년 43억원, 2018년 42억원 등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해외진출, 해외취업에 대한 니즈가 정부 제도와 불일치하다보니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다보니 티오나 예산이 비어 34세 이상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해외진출을 위한 모험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청년으로 한정짓기 보다는 해외취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주어지도록 케이무브스쿨 제도 설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