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게임중독, 과연 치료 대상일까
  • 원태영 기자(won@sisajournal-e.com)
  • 승인 2019.06.0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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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몰입하게 된 원인 분석 선행돼야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는 만장 일치로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최종 의결했다.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정식 등재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게임업계는 초상집 분위기다. 최근 열린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출범식에서는 근조(謹弔)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말 게임중독(혹은 게임 과몰입)은 치료 대상이 맞는 걸까. 사실 게임이 중독 증상을 일으킨다는 명확한 과학적 통계는 아직 없다. 조사 방법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중독 질병 등재를 찬성하는 쪽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질병 등록을 통해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사실 게임중독의 질병 등재 문제는 앞으로 다양한 토론과 과학적 검증을 걸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질병 등재로 인한 ‘낙인’ 효과다. 이미 상당수 학부모들은 게임중독의 질병 등재를 환영하는 모양새다. 자신의 자녀들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 말할 새로운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회 생활과 학업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게임만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 맞다. 하지만 이는 상당히 극소수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자신의 건전한 여가 활동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사실 중독이란 표현은 어디에 갖다 붙혀도 이상하지 않다. TV중독, 쇼핑중독, 스마트폰중독 등등.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전 국민 대다수가 사실상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렇다면 유독 어른들(혹은 기성세대)이 게임을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많은 의견이 있지만, 기자가 보기에 가장 유력한 주장 중 하나는 ‘자신들이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반감’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 시청자가 NBA 등 전통 스포츠 시청자를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러나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조차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여러 교육학자들은 게임중독의 원인을 게임 자체보다는 학업 스트레스, 교우관계의 어려움 등에서 찾는다. 한 교육학자는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에서 접하기 가장 쉬운게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만약 술이나 담배가 더 접하기 쉬웠다면 거기에 빠졌을 것이란 주장이다. 

결국 게임중독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선 게임 자체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 혹은 성인이 그러한 상황에 빠지게 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지금처럼 게임중독 자체를 질병으로 등재해 버릴 경우,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사기 저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WHO의 ICD-11 효력 발생은 오는 2022년, ICD를 기초로 하는 한국질병분류코드(KCD) 개정은 오는 2025년에 진행될 예정이다. 그 때까지 생산성있는 토론과 과학적인 검증절차를 통해 게임중독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태영 기자
IT전자부
원태영 기자
won@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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