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 비싼 임대료 탓 재건축한 신축단지 공가 늘어

시프트(장기전세주택)에 관심있는 한 수요자가 공급받기 위한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프트(장기전세주택)에 관심있는 한 수요자가 공급받기 위한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부동산시장 시세를 이끄는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 단지가 장기전세주택(이하 시프트)에서는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3년 간 미달된 세대에 대해 추가 입주자 모집을 해도 여전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탓이다. 비싼 보증금이 문제로 꼽힌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H공사는 최근 36차 장기전세주택 당첨자를 발표했다. 이번 회차는 지난 2016~2017년 세입자 모집 당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총 7개 단지 78세대에 대한 추가 모집이다. 78세대의 대다수는 신흥부촌으로 불리는 서초구 반포동, 잠원동, 서초동에 위치한 입주 3년차 안팎의 신축 단지인 ▲래미안 신반포팰리스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서초푸르지오써밋 등이다. 최근 서울권 공급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세시장이 안정화됐다지만 해당일대는 학군을 찾아오는 수요가 많아 전셋집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차례 미달된 단지의 추가모집이지만 SH공사는 이번 회차에서도 공가 전체의 임차인 채워 넣기에 재차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청약자격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부담하기엔 지나치게 높은 전세보증금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시프트는 매입형과 건설형으로 나뉘는데, 매입형은 서울시가 재건축이나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대신 건설사의 일반분양 물량 일부를 저렴하게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내놓는 형식을 말한다. SH공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세대구성원 중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사람에게 임대해준다. 주변 시세의 80% 수준에 최장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지만 서초구 일대 시세가 시프트 보증금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전용 59㎡(구 25평형) 보증금만 평균 6억 원에 이른다. 웬만한 강북권 구축 아파트의 매매가격 수준이다. 전세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자연히 임대보증금도 매 해 높아진다. 때문에 신청기준을 충족한 이들이 입주자로 선정돼도 계약까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비싼 전세보증금과 입주자 요건의 괴리가 문제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시프트의 강남권 공가(空家)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초구와 강남구에서 재건축이 늘면 서울시 장기전세주택도 추가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단지 내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의 공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시프트가 주변시세의 80%에서 공급한다고 하지만 이번회차 공급 단지의 보증금은 시세의 60-70% 수준이다. 그럼에도 워낙 고가인 단지 위주로 모집공고가 나가다보니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했다”고 말했다.

한편 SH는 37차 시프트는 오는 8월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37차 공급단지는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SK뷰(9세대)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센터피스(280세대) ▲강동구 암사동 힐스테이트암사(147세대) 등 총 436세대 물량이 풀린다. 입주는 올해 12월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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