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하위법령 실효성 부족 지적···김용균 사망사고 진상조사도 중단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국가·국민보다 힘이 쎈 기업, 국가가 제재 해야”

지난해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죽은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비정규직 노동자, 민주노총은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안의 실효성 부족과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조사를 위한 특조위 활동 조사방해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31일 열었다. / 사진=이준영 기자
지난해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죽은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비정규직 노동자, 민주노총은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안의 실효성 부족과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조사를 위한 특조위 활동 조사방해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31일 열었다. / 사진=이준영 기자

“용균이 사망사고로 산업 안전 대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하위 법령 개정안은 실효성이 없다. 용균이 진상조사도 발전소 측에서 설문조사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방해했다. 진상조사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기업이 국가보다 힘이 쎈 상황이다. 이는 대통령을 만든 국민보다 기업이 쎄다는 것으로 답답하고 억울한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산업 안전 대책을 제대로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산업 안전 대책에 대한 기업들의 잘못된 행위와 반대에 대해 국가가 제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영국처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해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죽은 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31일 청와대 앞에서 외쳤다. 정부와 국회가 김용균 씨 사망 사고를 계기로 추진하는 산업재해 예방책임 주체 확대와 위험의 외주화 방지 등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하위 법령’ 개정안이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에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김용균 씨 사망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도 발전소 측의 방해 의혹으로 중단됐다. 현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산업 현장의 인력이 부족해 노동자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도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계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22일 입법예고 한 산압법 하위 법령이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에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도급승인 대상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원청 책임 강화가 적용되는 건설기계 범위도 지나치게 협소하다고 했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작업중지를 해제하는 심의위원회에 노조 추천 전문가가 배제됐다고도 지적했다.

◇ “실효성 낮은 산안법 하위 법령, 사고와 위험의 외주화 못 막는다”

당시 노동부가 입법예고 한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 내용은 ▲‘농도 1% 이상의 황산·불산·질산·염산 취급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을 사내 도급에 승인이 필요한 작업으로 규정 ▲설치·해체 과정에서 사고가 잦은 타워크레인, 건설용 리프트, 항타기, 항발기 등 임대 사용 기계로 발생한 산재에 대해 원청 책임 강화 ▲개정 산안법에 따라 보호대상으로 포함된 특수고용노동자 범위를 보험설계사, 27종 건설기계 운전사, 학습지 교사 등 9개 직종 지정 ▲중대재해 발생으로 작업중지 조치 받은 사업장의 사업주가 작업중지 해제 신청 시 지방노동관서가 4일 이내 심의위원회 열어 논의 등이다.

그러나 도급승인 대상에 태안화력 김용균씨가 했던 전기사업 설비의 운전과 설비의 점검정비 업무, 구의역 고(故) 김 군이 했던 궤도사업법의 점검 및 설비 보수 작업, 조선업 하청 산재사망의 경우 모두 제외됐다. 도급승인 대상이란 원청이 고용노동부에 안전보건과 관련한 일정한 요건을 제출한 후 노동부의 승인을 받아 하도급을 주는 제도다.

도급승인 대상을 ‘농도 1% 이상의 황산·불산·질산·염산 취급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으로 한정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상을 화학물질 취급 작업 전체로 확대해야한다는 것이다.

산안법 시행령이 건설기계 27개 기종 가운데 4개 기계에만 원청 책임을 적용한 것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건설 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사고도 많은 덤프, 굴삭기, 이동식 크레인 기계 등이 빠졌기 때문이다. 굴삭기, 트럭류, 고소작업대(차), 이동식크레인, 지게차 등의 사고에 의한 사망자는 최근 5년간(2011∼2015년) 693명에 달했다.

정부는 입법예고 한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대해 오는 6월 3일까지 의견 수렴을 한다.

김용균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조위도 현재 중단돼 있다. 특조위는 진상조사 과정에서 발전소 측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며 조사 과정을 중단했다.

지난 27일 특조위는 기자회견에서 화력발전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발전사가 ‘모범 답안지’를 배포했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면담 조사의 경우에도 특정 협력사가 면담 내용을 보고서로 만들어 전체 발전사에 유포했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지난달 16일 태안 화력발전소 면담 조사 후 면담 내용이 다른 발전사에 유포된 것으로 봤다.

이에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측 관계자는 “회사측은 면담 조사 대상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면담 내용이 보고서로 만들어져 다른 발전사에 유포됐다는 거에 대해 회사에서 지시하거나 아는 바가 없다”고 31일 말했다.

여당인 민주당도 산안법 하위법령이 실효성이 없음을 인정했다.

지난 28일 김영호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지난 4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며 법 시행을 목전에 두게 됐다.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런 우려들을 경청해 시행령이 법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대표는 또 “김용균씨 사망 사고의 진상규명을 발전소 측이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유감스럽다”며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상황파악에 나서도록 하겠다. 정부는 철저한 진상파악을 통해 사실일 경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 사측은 특조위 조사가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뤄지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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