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작지만, 애경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현 시 과거 같은 독과점 나타날 수도”···매출 규모 2조원대 LCC 탄생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를 검토하면서 제주항공을 제외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긴장하고 있다. 통매각 시 한진그룹(대한항공·진에어)과 애경그룹(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의 독과점 형태가 되는 것인데, 그렇게 될 경우 LCC 후발주자 격인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앞선 기업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SK·한화·롯데 등 주요 인수 후보들이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애경그룹만이 인수 참여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 인수 시 한진그룹과 애경그룹 항공업계 독과점 가능성 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그룹은 계속해서 ‘통매각’을 주장해 왔다. 지난 4월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통매각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애경그룹의 자금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재무적투자자로 사모펀드를 참여시키는 방안이 존재한다.

이 경우, 항공업계는 다시 한진그룹과 애경그룹의 독과점 형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질 가능성은 작다. LCC와 대형항공사(FSC)는 서비스부터 기재까지 모든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이자 같은 LCC인 에어부산, 에어서울과 각각 합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경그룹은 한진그룹과 마찬가지로 FSC(대한항공)와 상당한 규모의 LCC(진에어)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각 LCC별 2018년 매출액 및 영업이익 . / 표=이다인 디자이너
각 LCC별 2018년 매출액 및 영업이익 . / 표=이다인 디자이너

 

단순계산으로는 제주항공이 에어부산·에어서울과 합쳐질 경우 매출액 2조원대에 이르는 LCC가 탄생한다.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과의 격차도 더 벌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론 가능성은 작지만, 실제 진행된다면 그것인 항공업계에 바람직한 방향일지는 모르겠다”면서 “항공업계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LCC들이 등장한 것인데, 인수 시엔 다시 독과점 형태가 되는 꼴이다. 어느 정도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진에어는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다른 LCC들의 경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설립된 1988년 이후, 항공업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독과점 체제로 이어져왔다. 2005년에야 최초 LCC인 한성항공이 등장했다. 이후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이 차례로 세워졌다.

◇ LCC 격차 더 벌어지는데···티웨이·이스타, 따라잡을 수 있을까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보통의 LCC이다.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에어프레미아, 인바운드 수요에 집중하는 플라이강원처럼 특별한 전략을 갖고 등장한 LCC가 아니다.

이 때문에 저렴한 운임과 다양한 단거리 노선 등이 주돤 경쟁 요소다. 운임은 각 사가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노선 경쟁력 부문의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가 중국 운수권 배분 결과다.

 

운수권 배분 정리. /이미지=국토교통부
중국 운수권 배분 정리. / 표=국토교통부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확보한 중국 운수권을 더하면 15개 노선에서 주 58회 운항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보다 2배 가량 많은 수준이다. 특히 대부분이 인천에서 출발하는 노선이기 때문에 경쟁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다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에어서울이 한 회사로 묶일 경우 이미 확보한 운수권도 모두 합쳐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국토부 국제항공과 관계자는 “아직 앞선 사례가 없어 검토가 필요하다. 관련 조항도 나온 것이 없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애경그룹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만일 인수가 진행되면 제주항공의 규모가 상당히 커진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의 상황은 당연히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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