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금융권에 이어 제2금융권도 대출 규제
취약차주의 대출 접근성 제약···불법 사금융 등 비제도권으로 내몰릴 수 있어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은행 등 제1금융권에 이어 저축은행·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대출 절벽’으로 떠밀리고 있다. 취약 차주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중신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제1금융권에 이어 제2금융권도 6월부터 가계대출 옥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제2금융권 DSR 관리지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란 대출한도를 측정할 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보증금담보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소득 이상의 대출을 억제함으로써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DSR 도입 방안이 확정됨에 따라 제2금융권에도 DSR이 정식 관리지표로 도입될 예정이다. 제2금융권의 업권과 차주의 특성을 고려해 평균 DSR 기준은 업권별로 차등 적용한다.

오는 2021년 말까지 각 업권별로 카드사는 60%, 보험회사는 70%, 캐피탈(할부금융)사와 저축은행은 90%, 상호금융은 160%로 평균 DSR을 낮춰야 한다. 현재 업권별 평균 DSR은 카드사 66.2%, 보험사 73.1%, 캐피탈사 105.7%, 저축은행 111.5%, 상호금융 261.7%다.

앞서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은 은행들을 대상으로 DSR을 관리지표로 도입한 바 있다. 시중은행 기준 평균 DSR을 40% 이하로 맞추고, 고(高)DSR인 70%와 90% 초과 대출 비중을 15%와 10%로 제한했다.

관리지표 도입 전(지난해 2분기)과 도입 후(올 1분기)를 비교하면 은행권 전체 DSR이 71.9%에서 47.5%로, 고DSR이 23.7%와 11.5%에서 19.2%와 8.2%로 낮아졌다.

은행권 DSR 도입으로 상당한 대출 억제 효과를 확인한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를 위해 다음달 17일부터 제2금융권에도 DSR을 본격 관리지표로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 제1금융권·제2금융권도  안된다···취약계층 금융 소외 우려

은행을 대상으로 적용됐던 DSR 규제가 제2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는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그동안 제2금융권에서 대출 취급 시 소득증빙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진행됐던 점을 개선해 소득증빙을 통해 상환능력을 확인하는 관행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며 “소득증빙 절차 강화에 따른 DSR 감축 효과 등을 시뮬레이션해 대출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DSR 관리지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취약차주의 대출 접근성에는 큰 충격이 없을 것이란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나 평균 DSR을 정부 지침대로 관리하기 위해선 금융사들은 고객의 소득증빙 서류를 더 깐깐하게 따져야 한다. DSR이 높은 고객에 대해선 대출을 꺼릴 수도 있다. 결국 중·저신용자들의 처지에서는 대출이 더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대출이 어려워질 경우 취약차주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들은 대출이 가능한 대부업체나 비제도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제2금융권 부실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이러한 조치가 이해되기는 한다”면서도 “가계대출 문제를 단순히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만 접근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로 저소득 계층과 저신용 계층의 어려움 역시 예측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저신용자에 대한 안전망 및 중신용 대책 등을 금융당국 차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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