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긴급히 울산大로 주총 장소 변경 카드 꺼내들며 ‘한국조선해양’ 출범
노조 “절차가 무시된 불법 주총”···현대중공업 “적법한 절차 거쳤다” 강조

한마음회관 앞에 정차돼 있던 현대중공업 버스(사진·위)는 노조의 주총저지 의지를 피력하는 장이 됐다. 31일 오전 경찰 및 현대중공업 요원들과 대치 중인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아래). / 사진=김도현 기자
한마음회관 앞에 정차돼 있던 현대중공업 버스(사진·위)는 노조의 주총저지 의지를 피력하는 장이 됐다. 31일 오전 경찰 및 현대중공업 요원들과 대치 중인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아래). / 사진=김도현 기자

노조와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을 뚫고 한국조선해양 설립을 위한 현대중공업 분할 안건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가결됐다. 이를 저지하고자 주총 장소까지 점거하며 농성을 이어온 노조에 맞서, 회사 측은 주총장소 긴급변경이란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오늘(31일) 오전 10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관련 안건 등이 의결될 임시주총이 열린다고 공시했다. 이에 맞서 노조는 나흘 전부터 이곳을 점거해 주총저지를 위한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30일에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울산지역민들이 참여한 ‘영남권 노동자집회’가 개최됐다.

이들은 총력투쟁 결의를 다지며 밤샘농성을 이어왔다. 밤새 내린 빗속에서도 이들은 한마음회관을 지켰다. 진입 가능한 길목에는 노동자들이 몰고 온 오토바이들과 주변 집기들을 활용해 바리케이드가 세워졌다. 만약을 대비해 경찰병력들도 지속적으로 증원됐다. 사측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밤을 샌 노조는 동이 트면서 본격적으로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중공업이 본사와 현대호텔 등에 버스를 이용해 진입로를 차단했다는 소식에, 주총장 변경을 우려한 노조원들 중 일부가 이곳에 급파됐다. 남은 인원들은 한마음회관 앞에서 대열을 정비하며 회사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했다. 오전 6시 30분을 기해 경찰병력들도 속속 보호구를 갖춰 한마음회관 앞으로 이동해 전열을 다듬었다.

오전 7시 40분 경찰의 경고방송이 시작됐다. 앞서 울산지방법원은 ‘주총장을 봉쇄해선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집행관을 파견해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경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판결이 효력을 발휘하는 오전 8시를 앞두고 이뤄진 조치였다. 동시에 현대중공업 주주들과 준비·질서유지 요원 등 500여명이 한마음회관 앞에 집결했다.

노조와 회사의 본격적인 대치가 시작됐다. 흰색 안전모를 쓴 회사 측 요원들과 선두에 선 국방색 모자에 붉은 띠를 두른 현대중공업 노조,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경찰병력 등이 한마음회관 앞에서 명확한 경계선을 만들어냈다. 세 무리가 만나는 경계선에서 노조는 오전 8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주총의 부당함을 토로했다.

같은 시각 전국금속노동조합은 “농성장에 경찰력이 투입될 경우 울산지부·현대차지부 등도 파업에 돌입할 것이며, 조합원을 농성장에 집결시키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주총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돼 한마음회관 인근은 살얼음 같은 긴장감이 흘렀다.

이 같은 대치상황은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주총시작 시각인 오전 10시 대치 경계에 현대중공업 측 임원들이 도착했다. 주총 개최를 위해 막아선 길목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적막감까지 흘렀던 이곳에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오전 10시 30분이었다. 

주주총회 시간 및 장소가 변경됐음을 알리는 현대중공업 주총 진행요원 / 사진=김도현 기자
주주총회 시간 및 장소가 변경됐음을 알리는 현대중공업 주총 진행요원. / 사진=김도현 기자

갑작스레 등장한 확성기를 든 두 남성이 주총장소가 변경됐음을 고지했다. 당초 이들은 본인의 소속 및 직책 등을 밝히지 않았다. 기자의 끈질긴 질문에 한 남성은 스스로를 현대중공업 주총 진행요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남성들이 뒤이어 등장했다. 이들은 주총관련 변경내용이 담긴 큰 피켓을 들고 이들 주위에 섰다.

더불어 호외와 같은 안내장이 일대에 흩뿌려졌다. 의장 명의로 발표된 안내장에는 ‘(주총이)예정된 시간 및 장소에서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해 부득이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새로 변경된 주총 시각과 장소는 오전 11시 10분 울산대학교 체육관이었다. 이 같은 소식에 대열을 유지하던 노조도 흥분했다. 물병을 던지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도에서 보면, 한마음회관과 울산대학교는 울산의 동서 양쪽 끝이었다. 40분을 남겨둔 상태서 노조 지도부는 오토바이를 보유한 노조원들의 이동을 요구했고, 이에 노조원들은 신속하게 오토바이를 몰고 주총을 저지하기 위해 새로운 주총장으로 향했다. 기자도 차량을 이용해 이동을 시도했다. 10시 35분경 출발했는데, 일대를 빠져나가는 데만 15분여가 소요됐다.

신·구 주총장 간 직선거리는 18km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가장 빠른 이른바 ‘최적길’은 24km였다. 45분여가 소요돼 11시 20분쯤 울산대 체육관과 가장 가까운 대학 출입구에 도착했다. 이미 주총 시작 시간을 넘긴 시점이었다. 바로 그 때 주총장 내부에선 분할안건이 승인됐다. 기자가 이곳에 도착한 시간을 전후로 연이어 노조원들이 집결했다.

노조원들이 증가하자 경찰은 울산대 진입로에 경찰병력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했다. 이곳 병력은 한마음회관 인근의 병력들과는 소속이 달랐다. 앞서 배치된 인원들은 울산을 비롯해 부산·경남·경북 등 경찰청 소속이었지만, 이곳에 배치된 인원들은 경기남부·북부청 소속이었다. 경기도 수원과 의정부에서 급파된 인원들이었다.

해당 출입구 주변은 노조원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로 순식간에 혼잡해졌다. 도착한 노조원들은 주총 가결 소식에 허탈해 했다. 일부 노조원들은 “이게 말이 되느냐”며 격분했다. 경찰을 향해 “저들을 도대체 왜 지켜주느냐”고 항변했다. 같은 노조원들 중 일부가 “저 친구들은 군복무중인 친구들”이라며 이를 저지했다.

노조 측은 울산대 인원들에 한마음회관으로 재집결할 것을 지시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의 주총강행으로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한마음회관 점거를 풀고, 해산 집회를 실시하기 위해 노조원들을 재집결시켰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주총을 “절차가 무시된 불법 주총”이라 규정짓고 소송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적법한 절차였다고 강조했다. 업체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 이행이 이뤄지고 주총이 정상적으로 실시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법원검사인이 주총실시 불가 판단을 내리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총장을 변경하게 된 것”이라며 “시간을 재공지 하면서 동시에 주주들의 이동수단을 마련하는 등 관련법 준수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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