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에 신음하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

전 세대 한강조망, 전용 84㎡ 호가 기준 27억 원을 웃도는 최고가 아파트인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소유자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단지의 얼굴이 되는 아파트 정문을 ‘대림산업이 강남서 다시는 재건축 수주를 못하도록 망신주겠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로 도배하며 기업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이들은 조만간 올림픽대로변에까지 현수막을 내걸며 대림산업 측의 안일한 대응에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하자보수로 집값이 떨어질까 쉬쉬하던 여타 단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인데다, 기업과의 대결을 선포한 대상이 동일평형 기준 전국 최고가 아파트 소유주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눈길을 끈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소유주들은 사흘 전 아파트 정문에 대림산업과 최근 회장으로 승진한 이해욱 회장을 비난하는 자극적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었다. 이 같은 행동을 한 표면적 사연은 30억 원에 육박하는 집의 천장에서 물이 새고 지하주차장의 페인트가 상당부분 벗겨지는 등의 하자공사다. 하자에 따른 보수는 어느 단지든 통상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들이 더 문제로 삼는 것은 입주한 지 1년이 다 돼감에도 보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등의 허술한 사후보상체계다. 무상 하자보수기간 내에 대림산업이 보수공사를 해주지 않으면 소유주들은 돈을 내고 직접 집을 고쳐야 한다. 이곳의 3.3㎡ 당 공사비는 523만 원으로 강남권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후 입주할 시기에는 추가 분담금만 3억 원 가까이 지불했다.

그동안 아파트 소유주들은 소비자임에도 불구하고 재산권과 관련된 문제이다보니 부실공사에도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실제 바로 옆 단지이자 동일 건설사가 시공한 아크로리버파크 역시 입주당시인 지난 2016년 하자 공사로 소유주들이 몸살을 앓았다. 당시 공중파 언론사에서는 이 같은 공사하자를 보도했음에도 소유주들은 집값이 떨어질까 쉬쉬했는데 그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것이다. 한 입주자는 “반포에서 ‘아크로’로 기업 가치가 높아진 대림산업이 앞으론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여론 형성하는 차원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해당 단지의 하자보수 기간이 2년이며, 접수된 하자보수도 대부분 마무리 되고 있다”며 “남은 보수도 조속히 협의하며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장주 역할을 하는 최고가 아파트가 목소리를 높이자 이번 주말 인근에서 사전점검을 하는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 입주예정자들 역시 점검을 꼼꼼히 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아크로리버뷰와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내달 1~2일 사전점검을 하고 같은 달 29일 입주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