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익위원 속도조절 논란 속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수준 주목

최저임금위원회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최저임금위원회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30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날 최저임금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준식 위원장은 내년 최저임금을 국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최저임금 속도조절 가능성을 밝힌 가운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들의 입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 위원장은 현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저임금위원장은 9명의 공익위원 가운데 호선(互選) 방식으로 뽑는다.

박 위원장은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 사용자, 근로자, 업종별, 규모별로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최저임금위원회의 대내외 소통이 중요하다. 공청회 개최 등 현장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경과에 대한 공개를 포함해 심의 과정에서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위원장이자 공익위원 중 한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위해 노사위원, 공익위원과 적극적으로 소통 하겠다”며 “2020년 최저임금이 국민들이 납득할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위원님들의 적극적 협조를 부탁한다”고 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대한 논의를 앞두고 최저임금위원회 노사위원들은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근로자위원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공익위원들이 1년만에 바뀐 상황이 유감이다. 이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생각하는 최저임금의 속도조절은 정부가 맡아서 할 일이 아니다”며 “법에 명시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들의 독자적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파행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백 위원은 “민주노총 내부에서 이번 공익위원 선임을 두고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그런 문제를 불식시키고 이 자리가 희망이 아닌 절망을 주는 자리가 되지 않도록 약속하고 나왔다”고 했다.

지난 23일 민주노총은 새 공익위원들이 선출된 데 대해 “새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면면은 최저임금에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활동했던 이들에게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전문가들이다”며 “소득양극화와 저임금 문제 해소 의지 대신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라는 정부 지침에 충실할 무색무취의 위원으로 구성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근로자위원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영계의 불신, 정부의 일방적 체계 개편으로 공익위원들이 상처 받고 사퇴하는 불행한 한해였다”고 말했다.

반면 사용자위원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경제상황에 맞는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지난 2년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 과유불급이었다”며 “위원회에서 소상공인,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살펴 심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 적용은 업종별 차등 적용이 꼭 필요하다. 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용자위원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수출이나 투자, 실물경제가 안 좋다. 2년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소상공인과 중소 영세사업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획기적이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심의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4일 제11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8명을 새로 위촉했다. 지난 3월 당시 공익위원 8명이 집단 사퇴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 등 이원화하는 방식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대 공익위원 중 한 명은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했다.

국회 공전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 내년 최저임금은 기존 방식으로 결정한다. 이에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하는 데 공익위원들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새로 임명된 공익위원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신자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경제학 교수,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이승열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인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한국방송(KBS)과의 대담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관련해 “공약에 얽매여서 무조건 그 속도대로 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