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부, 2700억 달러 규모 도시 재건 나서
정부도 외교 지원사격···현대건설·대우건설 수주 낭보 잇따라
‘미국 vs 이란’ 정세 안정이 관건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라크가 해외수주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오랜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도시를 재건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재건사업에는 총 2700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정부도 이라크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외교 지원사격에 나섰다. 건설사들은 새로운 먹거리 시장의 등장으로 벌써부터 기대감이 높은 분위기다. 다만 이라크와 주변 정세가 아직 불안정한 점은 위험요소로 꼽힌다.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 건설사들은 이라크에서 잇따라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이라크 남부 바스라주에서 24억5000만 달러(한화 약 2조9249억원) 규모의 ‘해수공급 시설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올해 첫 수주 낭보를 이라크에서 전한 셈이다. 대우건설 역시 지난 7일 바스라주에서 1억9975만 달러(한화 약 2330억원) 규모의 컨테이너터미널 건설공사를 따냈다.

이번 수주에는 정부의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라크와의 수교 30주년을 맞아 올 1월과 4월 이라크를 방문했다. 한병도 이라크 특임 외교특별보좌관(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주축으로 구성된 외교특사단은 압델 아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의 친분을 토대로 국내 기업들의 이라크 수주를 돕는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건설도 이라크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한화건설은 지난 2012년 약 101억 달러에 이르는 이라크 바그다주 내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을 따내며 일찌감치 이라크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당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이라크 총리를 직접 만나 이라크 재건사업에 대해 논의할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건설은 이번 특사단에도 동행했다.

이라크에서는 2014년까지 한화건설이 짓는 신도시를 비롯해 굵직한 수주가 이어졌지만 2015~2017년 사이에는 IS 사태와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규모가 3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이라크 정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초대형 규모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예상 규모는 2700억 달러(약 303조원)에 달한다. 특히 피해가 심한 모술과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상하수도·전력·위생·보건 등 소규모 사회안전망 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라크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이란과 미국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수주를 따낸 바스라주는 주민 대다수가 미국에 적대적인 시아파이고, 지리상 이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교전이 많았던 바그다드에서 남쪽에 위치해 테러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지금은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이에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바스라주에 있는 유전에서 지난 17~18일 이틀에 걸쳐 직원 50명 전원을 철수시키도 했다. 바레인 정부 역시 지난 18일 안전을 이유로 이란과 이라크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즉시 철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중동에서 특정 국가가 이란과 이라크 방문 자제령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한화건설이 미스바야 신도시를 건설할 당시에도 위험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현재 잘 진행되고 있다”며 “아직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사업성 여부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미국과 이란이 현재의 상황을 대화로 풀 가능성이 있는 만큼 건설사들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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