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지속에 부채비율 상승 악재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 길어지면 성장성·혁신성 저하 가능성”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한 광고판의 케이뱅크 광고./사진=연합뉴스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한 광고판의 케이뱅크 광고./사진=연합뉴스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갈수록 경영 안정성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생명선이라고 볼 수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을 해결할 방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적자가 계속되는데도 이자이익을 만들어낼 대출상품은 잇달아 중단되고 있는 상태다. 케이뱅크가 은행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전일 발표한 케이뱅크의 올해 3월말 기준 부실채권비율은 0.80%로 1년 전(0.12%)보다 0.67%포인트 증가했다. 부실채권비율 상승률로 보면 국내 19개 은행 중 KDB산업은행(1.01%포인트) 다음으로 높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0.18%로 케이뱅크의 약 7분의 1 수준이다. 연체율 상승률도 0.14%포인트로 크지 않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출범할 당시부터 대출 자산 건전성이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며 “특히 케이뱅크가 중금리 대출상품을 많이 팔면서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 몰려 대출 부실이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금리 대출상품 판매 외에 케이뱅크의 연체율 상승 원인에는 총여신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한다. 케이뱅크의 올 1분기 총여신은 1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경우 총여신이 1년 새 3조6000억원 증가해 9조7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여신 성장을 이어갔다.

업계는 케이뱅크의 부실채권비율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황창규 KT회장의 채용 비리 의혹 등에 대한 검찰수사로 금융당국이 KT의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한 상태라 케이뱅크의 유상증자가 당분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기소 후 재판이 1년 넘게 진행되는 경우를 예상하면 KT가 케이뱅크 주식을 34% 보유해 대주주 역할을 하기는 조만간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T가 벌금형 이상 선고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현행법상 5년 동안 KT가 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증자 등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KT 자금으로 자본금을 확대하려던 케이뱅크는 경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대출을 하려면 자본금을 늘려야 하는데, KT가 지분율을 높일 수 없는 상태인 터라 증자도 어려워져 대출이 계속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증자가 어려워지고 케이뱅크의 대출상품 판매가 중단되는 상황이 계속되면 케이뱅크의 흑자 전환도 쉽지 않다. 케이뱅크는 작년 말 796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에도 837억원 적자를 봤다. 카카오뱅크가 적극적인 대출 확대 등 영업력을 키우며 올해 1분기 66억원 흑자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인터넷은행업계에서 카카오뱅크의 독주가 이어지면 케이뱅크의 영업상 어려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케이뱅크의 자본 확충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법의 대주주 자격 요건 완화나 지배구조 개편 방법이 거론되지만 둘 다 쉽지 않다. 규제 완화는 이미 정보통신기술(ICT) 주력 대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올 초 시행되면서 더 이상의 혜택은 바랄 수 없는 없게 돼 있다. 

KT를 대신할 대주주를 찾기도 불가능해 보인다. 케이뱅크가 KT의 주도하에 출범한 은행이기 때문에 KT를 빼놓고 영업을 이어간다면 투자자나 고객에게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다. 또 ICT산업 자본이 전체 자본의 50%를 넘는 기업을 찾기 힘들 뿐 아니라, 인터넷은행이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회의론이 대두되면서 ICT 주력 기업들이 케이뱅크 주주로 참여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지주가 대주주로 들어갈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의미가 약해진다. 기술 기업들도 인터넷은행이 금방 수익을 내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이) 산업자본이 대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도 제한했기 때문에 케이뱅크의 상황이 계속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금융당국이 케이뱅크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대로 가면 혁신성도 떨어지고 인터넷은행으로서 효과를 보기도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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