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출하량·가격 동반 하락···삼성·SK, 시설 투자 축소에 이어 감산까지
2분기 수요 회복 더뎌 재고 상승 전망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지속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 조치에 돌입했으나 올 2분기 실적 반전을 만들어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전체 메모리 공급량이 줄어도 수요 회복 속도가 더뎌, 올 2분기에도 양사가 재고 수준을 크게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 3분기부터 모바일과 PC향 메모리 수요 회복의 가능성도 점쳐지나, 서버향 수요 회복은 아직 요원한 모습이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또 한번 하락을 거듭할 전망이다. 양사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부터 하락세가 이어졌다.

증권가는 올 2분기 삼성전자가 6조82억원의 영업이익, SK하이닉스가 8811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10조8006억원에서, 올 1분기 6조2333억원으로 하락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분기 4조4301억원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 1조3665억원으로 꺾였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경우 올 2분기 영업이익은 3조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양사 모두 지난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 실적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양사의 2분기 실적 전망치를 일제히 내려잡은 이유는 양사의 주요 매출원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된 까닭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DR4 8Gb 1Gx8 2133㎒의 거래가격은 전달(4.56달러)에 비해 12% 가량 하락한 4달러, 2D 낸드 플래시 MLC 64Gb 제품의 경우 전월 대비 2.5% 하락한 2.73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선두 업체는 업황 부진이 이어지자 올 2분기부터 생산량 조절로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한 생산라인 최적화 계획을 밝혔고, SK하이닉스도 올해 낸드 웨이퍼 투입을 10% 줄이기로 했다. 경쟁사인 마이크론 역시 5%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설 투자도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반도체 시설에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한 규모인 3조6177억원을 투자했고, SK하이닉스는 전년 동기 대비 32% 줄어든 규모인 3조1570억원을 투자했다. 

다만 이 같은 선두업체의 감산 조치도 당분간 메모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D램 출하량의 30%를 차지하는 서버향 제품의 수요 회복이 요원한 데다가, 생산량을 줄여도 소진해야할 재고가 쌓여있는 까닭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시장에선 재고로 인해 가격 경쟁이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며 "올해 1분기 전세계 D램 재고 수준은 전체 시장 공급량의 16%, 낸드는 20%에 달하는 수준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1분기 전체 시장에서 D램 공급량이 줄었지만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며 제품 가격 하락세는 잡히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전세계 D램 생산량이 줄었지만, 가격 하락세가 함께 지속되면서 전분기 대비 전체 시장 매출이 28.6%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 2분기에도 D램 공급사들이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세로 인해 재고 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일각에선 올 3분기부터는 서서히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고사양화된 게이밍 PC를 중심으로 고용량 제품 채용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올 하반기엔 애플, 삼성전자 등 신형 스마트폰 출시가 예고돼 있고, 최근 인텔은 10나노 기반 프로세서 등 양산을 앞두고 있는 까닭이다. 다만 시황을 반전시킬 대규모 서버향 메모리 수요 회복에 대한 전망은 다소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전세계 시장에서 메모리 재고는 올 3분기 말부터나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삼성, SK, 마이크론 등이 후공정 위주로 5% 내외까지 웨이퍼 투입을 조절하고 있지만 통합 20% 수준의 감산이 이뤄져야 D램 수급이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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