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서민 앞에선 자영업자 금융지원을, 뒤에선 대출관리 강조
금융사 “일관된 정책 방향 없이 금융사에 책임 돌리기” 

“자영업자 연체율 증가는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소홀에 있다. 다만 금융사 수익이 높고 부실 관리도 잘하고 있어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최근 금융권에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늘고, 다중채무자 비율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금융당국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한 인사는 이렇게 간단하게 답했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는 말보다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답변이었다. 특히 금융사의 느슨한 연체율 관리가 문제라고 그는 바라봤다. 

최근 1~2년 사이 금융사들의 자산건전성 관리는 더욱 어려워졌다. 금융사들은 자신들만의 책임보다 당국의 오락가락하는 발언들이 영향을 줬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금리 인상과 1분기 경기성장률 마이너스 기록 등 자영업자에 부담을 더하는 상황들이 이어졌다. 금융권 전반적으로 자영업자 연체율이 증가했다. 특히 지방 소재의 금융사 연체율은 빠르게 증가했다. 

금융당국에 의하면 전 은행권의 연체율은 0.38%를 기록했다. 전년 말보다 0.06%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지방은행은 0.69%로 3개월 만에 0.13%포인트 늘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상황도 심각했다. 수도권 소재의 저축은행 연체율은 3.85%를 기록했지만 지방 소재 저축은행 연체율은 이보다 두 배 높은 7.75%(전 분기 대비 1.63%포인트 증가)를 기록했다. 지방 소재 상호금융의 연체율도 2.4%로 수도권(1.29%)보다 두 배 높았다. 연체율 상승도 빠른 상황이다. 

그만큼 지역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 연체율이 지방은행과 지방 소재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자영업자 연체율을 금융권 전반에서 면밀히 봐야 하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도 빠르게 증가했다. 1분기 말 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40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1% 증가했다. 다중채무 자영업자(최소 4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비율은 30%를 넘었다.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에서 돈을 빌리는 자영업자의 비율도 증가해, 전체 대출 중 90% 이상을 비은행권에서 대출받은 자영업자의 비율은 20%에 육박했다. 4년 새 약 2배 증가했다.

금융권은 자영업자 대출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최근 윤석헌 금감원장은 부산을 찾아 자영업자에 대한 자금 지원과 경영 컨설팅 병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B소호 멘토링스쿨’ 1기 입학식에 참석해선 “자영업은 일자리의 25%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이라면서 “금감원도 자영업자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자장사가 아닌 상생금융을 실천하라고 지난해부터 요구받은 금융권 입장에선 금융당국의 이러한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지원 강화 목소리를 대출을 늘리라는 요구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자 지원을 강조하면서 연체율로 인한 책임은 은행만 지는 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노력은 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개인사업자대출과 관련된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소득대비대출비율(LTI) 등이 적정하게 운영되는지 점검하고 지역 경기가 악화된 만큼 지역 금융사의 대출 건전성 동향을 살펴보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이 자영업자 대출을 두고 서민 앞에서는 ‘금융 지원’을, 뒤에선 은행에 ‘연체율 관리’를 요구하는 모습이 자주 비춰진다. 이것이 금융권의 대출 부실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연체율 관리 강화에 대한 일관된 강조가 전 금융권의 연체율 관리에 도움이 된다. 금융사는 금융당국의 철저한 을이다. 당국도 잘 알고 있다. 그럼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 금융권을 오락가락하게 하는 정책적 발언은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의 자영업자 연체율 책임은 금융사만의 몫이 아니다. 금융당국도 함께 져야 하는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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